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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봉사하며 사는게 ‘욕심’입니다”이건영 창원 화인치과병원 원장

“낮은 곳으로 임한 20여년”


“지금처럼 봉사하며 사는게 ‘욕심’입니다”

이건영 창원 화인치과병원 원장


장애인·치매노인·부랑아 등
시설 찾아 매달 진료 봉사
함께 해 준 스탭에 늘 감사


"정신지체장애인, 치매노인, 부랑아들의 경우 신경을 써서 관리를 한다해도 구취는 물론이고 악취가 심한 경우가 많아요. 지레 겁을 먹거나 해서 치료협조가 잘 안 되고요. 그런데도 20년간 단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시는 것을 본 기억이 전혀 없어요.”


경남 의령군 소재의 민간사회복지요양시설인 의령복지마을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희 씨는 20여년간 꾸준히 시설에서 치과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이건영 원장(경남 창원 화인치과병원)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녀는 스무살 초반 시설 간호사로 첫 근무하던 해부터 마흔이 넘은 현재까지 시설원생들을 관리하면서 이 원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 온 ‘산증인’이다.


이 원장이 처음 의령복지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0년에 전혀 연고가 없던 창원으로 내려가 공동개원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치과기공소장으로부터 “함께 봉사하자”는 제의를 받으면서였다.
지금이야 시설도 많이 현대화 됐고 별도 치과진료실을 마련해 아쉬운대로 기증받은 중고 유니트 체어 3대를 세팅해 놓았지만 20여년 전 첫발을 디뎠을 당시에는 그야말로 맨바닥 뿐이었다. 
“처음 진료할 때는 기공소장님과 단 둘이서 이동식 체어를 싸들고 와서 서로 석션을 잡아주면서 발치도 하고 치료도 하고 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천국이죠.”


당시 함께 봉사를 하던 치과기공소장은 이후 목회자가 됐고 현재는 그의 치과병원에 별도 봉사동아리가 꾸려져 스탭들이 돌아가며 매달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20여년간 매달 시설을 찾아 진료를 하다보니 처음엔 말이 안 통해 치료에 애를 먹었던 다운증후군 환자나 치매노인 기타 정신지체장애인들과도 웬만하면 척하고 말귀를 알아듣는 ‘절친’사이가 됐다. 


하지만 치매노인이나 부랑아들의 경우 대부분 건강이 안 좋기 때문에 정들었던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고 그때마다 매번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지난달에 틀니를 해준 환자였는데 그 다음달 갔더니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요. 틀니를 끼고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더군요.”


20년간 한달에 한번씩 매회 20여명씩 진료를 해왔으니 현재까지 어림잡아 그의 손을 거쳐간 환자만 4800여명(중복 포함)이 넘는 셈이다.
치아관리가 안돼 대부분 무치악인 경우가 많다보니 주로 틀니보철 위주로 진료가 이뤄져왔다. 물론 이에 따른 모든 비용은 자비로 부담했다. 문제는 틀니를 해주고 나서도 뒤돌아서면 잃어버리기가 일쑤여서 다시 만들어 주기를 몇 번. 최근에는 어느 정도 치료 시스템이 자리가 잡혔기 때문에 스케일링 등 예방적인 처치를 주로 하면서 보철진료를 하고 있다. 함께 봉사에 동참해 주는 화인치과병원 스탭들이 있기에 가능하게 된 일이다.


“지역에서 치과를 개원한지 20년, 지금의 화인치과병원을 개원한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어요. 이제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한 치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주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앞으로 큰 욕심 안내고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면서 지금처럼 꾸준히 진료하고 봉사할 계획입니다. 지금의 병원이 있기까지 열심히 일하고 함께 봉사를 해주고 있는 직원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편 의령복지마을은 지난 1952년 마산에서 한국 전쟁고아를 위한 선양원 설립을 시작으로 1983년 의령군으로 이전해 운영되고 있다. 새 삶의 집(부양인 보호 및 선도시설), 소망의 집(정신지체장애인), 의령노인전문요양원(중증치매전문요양시설)등 3개의 시설에 2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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