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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요한나 수녀] 너머의 것

종|교|칼|럼|삶

김수영 요한나 수녀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너머의 것

  

무신론자였던 한 과학자와 한 신학자가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신학자인 친구가 과학자 친구의 집에 놀러갔습니다. 그 과학자는 천문 과학자였는데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커다란 망원경이 집에 있었습니다.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을 망원경으로 감상하며 신학자는 감탄의 한마디를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은 참으로 위대하시구나!” 그러자 과학자 친구가 “우주는 저절로 생겨난 것이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네.” 하고 쏘아주었습니다. 신학자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어 달 후 과학자 친구가 신학자 친구의 집에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정교하게 나무로 만든 태양계였습니다. 서로간의 거리도 정확했고 위치도 정확했고 행성들도 아름답게 조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과학자가 “누가 이렇게 잘 만든 거야? 누가 만든거지?” 하고 감탄을 하며 묻자 신학자 친구가 대꾸해 주었습니다. “누가 만들었다고 그래? 그냥 저절로 생겨난 거지!” 과학자 친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태양계 모형도 누군지 모르지만 그 누군가의 세심한 손길이 없었다면 생겨날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인간과 이 자연 만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도의의 결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감 중 한 감각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다른 감각이 대체해 줄 수 있습니다. 잘 안 들리는 경우 손으로 사인을 보낸다든지, 보이지 않아도 소리로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안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이 오감을 넘어서는, 오감으로는 알 수 없지만 뭔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육감이라는 것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동물에게 없는 추론의 능력이 있습니다. 고도의 학습 능력이 있고 그 학습을 바탕으로 육감이 더하여 더 높고 깊고 심오한 것을 추론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보면서, 자연과 만물을 보면서, 그리고 인간을 보면서, 그 너머의 것을 볼 능력이 없다고 정말 이 좁은 ‘나’라는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다면 자신이 불행한지도 모르는 불행한 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관계에서도 좀 더 너머의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내 욕심에서 보다는 남들 입장에서 바라봐 주고 포용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요. 우리가 이 넓은 우주 안에서 이 지구에서 만난 것, 그것도 좁디좁은 이곳에서 만난 것을 생각하면 참 어떤 힘이 우리를 불러 모은 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연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누가 한 말을 들었는데 글쎄, 살다보니, 사건들이 지나고 보니 그 말도 맞는 듯 합니다. 나를 깎고 대패질하고 상처 내었던 것이 실은 지나고 보니 나를 아름답게 만들었더라 이것입니다.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게 했더라 이것입니다. 좋았던 이 사람도, 싫었던 저 사람도 지나고 보니 우리 서로에게 너무나 필요했던 존재였습니다. 내게 주어지는 것에 감정만 내세우지 않고 좀 더 객관적이고 초연한 마음으로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었더라면 더 좋게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을 하고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착한 사람을 보면 천사 같다고 칭찬을 하고, 천진한 아이의 웃음을 보면 마음이 행복해 지면서 이런 이가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악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에게는 짐승 같다고, 짐승만도 못하다고도 합니다. 동물은 동물의 본능으로 살뿐이지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선택이 불가능한 존재들입니다. 더 나은 것을 알 수 있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지 않을까요? 인간에게 고유하게 주어진 그 능력으로 매순간 어떤 것의 깊이와 그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면서 좀 더 발전하고 나아지는 존재가 되려고 할 것인지, 피상적인 것에만 욕심을 내고 현재에 급급하면서 그저 보잘 것 없는 인간이라는 탈만 쓴 존재로 살아갈 지는 한 번 생각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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