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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랍니다”

“그림 읽어주는 남자랍니다”

한국 화가 33인 작품해설서 저자
박세당 가락미소치과의원 원장

 

가는 허리에 한 손을 턱 올리고 소위 자신만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면, 외로운 여자일 것이다. 어두운 표정과 똑같은 색의 나무로 깍은 외기러기를 보면, 그리고 여자의 마음은 이미 가을로 치닫고 있다. 절정의 계절을 놓쳐 이제는 발효되고 있는 몇 조각의 모과와 함께… 아,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
 -가국현 ‘화병이 있는 식탁 中-


평론 틀 깬 맛깔스런 해설 그림 즐기는법 담아
영어·일본어 등 번역 한국작품 세계 알릴터
컬렉터·에세이집·영어학습서 등 다방면 활약


가국현, 이한우 등 33명의 한국 중견화가들의 작품을 한 권에 모은 그림 해설서가 최근 영풍문고 미술신간 베스트 도서로 선정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림을 읽어주는 남자와 33인의 화가’라는 제목의 이 해설서는 기존의 아카데믹한 작품 평론에서 벗어나 그림에 드러난 화가의 독특한 개성과 은유와 상징의 세계를 맛깔스럽게 풀어내 마치 한권의 문학작품을 읽어주는 듯한 형식으로 구성돼 보다 쉽고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데서 극찬을 받고 있다.


더욱이 관심이 가는 부분은 바로 이 그림 해설서의 저자가 바로 범상치(?) 않은 ‘치과의사’라는 점이다.


저자인 박세당 원장(본명 박규진·가락미소치과)은 미술 컬렉터, 언어학습 전문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 제작사를 운영하는 부친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해 왔다.


1994년 에세이집 ‘남자는 죽었다’, 2008년 영어학습법서인 ‘10일의 기적 하이퍼 캡션영어’ 등을 출간한 바 있다.


그의 말을 그대로를 빌리자면 이번 그림 해설서를 집필하게 된 것은 ‘일종의 우연을 가장한 기회’였다.


“평소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아 그림을 수집하면서 화가들과 인연을 맺어왔어요. 그들과 그림에 대한 수많은 얘기들을 하는 과정에서 그림 해설에 대한 내재된 잠재력을 발견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이를 알아본 모 중진 화가가 화가와 컬렉터 중간에서 기존의 평론과는 다른 제 관점에서 책을 써볼 것을 권유 받은 것이 계기가 됐어요.”


농담처럼 주고받은 그 대화 이후 그는 어느 덧 목숨 걸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더란다. 책을 쓰기로 결심을 하고는 미친 듯이 그림을 보러 다녔다. 이번 해설서는 그 중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만을 골라 쓴 책이다.


아마 좋아하는 그림만을 선별했으니 해설서에도 작품에 대한 그의 살뜰하고 애정 어린 시선들이 가득 넘쳐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제게 그림 해설을 권유했던 중진 화가의 말처럼 제가 그림 평론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더라면 아마 아카데믹한 평론에 그쳤을 거예요. 그랬더라면 재미는 없었겠죠. 저는 해설서를 통해서 단지 그림을 잘 보는 방법,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싶었어요.”


그는 작가 고유의 ‘선’과 ‘색채’, ‘마티에르(질감)’가 잘 녹아나고 누가 보더라도 어느 작가의 작품인지 알아볼 수 있는 ‘정체성’이 담긴 그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은 그림’이 바로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했다. 이는 그림을 볼 때 봐야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수많은 작품들을 제쳐두고 한국의 현대 화가들의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미 이들의 작품이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 현대 화가들의 작품에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경제개발시대 등 지난 수십년간 압축적으로 겪은 엄청난 인생 경험들이 생생하게 녹아나 있어요. 때문에 한국의 현대미술계는 세계에서도 드문 독특하고 다양한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죠.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작품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평가 돼 있어 아쉬워요.”


그는 한국 현대 화가들의 작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저서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해 각 나라에 출판할 계획이다.


한편 책 출간이후 서점과 기업 등에서 외부연자로 초청돼 그림을 보는 방법과 그림을 선택 방법 등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그는 치과계 행사에 자신을 초청해 준다면 언제든 흔쾌히 응할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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