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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막걸리’ 한잔에 세상시름 ‘술술’

‘나만의 막걸리’ 한잔에 세상시름 ‘술술’


정통 막걸리 빚는
유정수 경북 치무이사·용상치과 원장


고두밥 짓고 누룩 띄우고
한달 2번 꼴 직접 빚어
동네이름 딴‘YS 막걸리’
뒤끝없어 손님접대 ‘행복주’


"손님이 집에 찾아왔을 때 내가 직접 담근 술을 내놓는다면 이보다 기쁘고 대접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막걸리가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에 대한 예찬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지부 치무이사를 맡고 있는 안동시의 유정수 원장(용상치과)은 자신이 직접 막걸리를 담가 마시며 기쁨과 행복감에 푹 빠져있다.


원장실 뒤편에 있는 방은 부엌이자 유 원장이 직접 막걸리를 빚고 있는 양조장이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가 마침 동이난 막걸리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고두밥을 밥솥에 짓고 있어 방안이 구수한 냄새로 진동하고 있었다.


전통과 양반의 도시인 안동시에서 개원하고 있는 유 원장은 2~3년전부터 전통막걸리 제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작년 8월경부터 본격적으로 막걸리 제조에 나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전문가가 다 됐다.


안동에서 열린 경북지부 임원워크숍 때 지부 임원들에게도 선보여 ‘숙취가 없고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등 이미 호평을 받았다. “16도의 ‘YS막걸리’(치과가 위치한 동네가 용상동으로 앞글자를 영문화한 것)는 절대 머리가 아프지 않다”며 유 원장은 자랑했다.


유 원장은 전통술에 대한 예찬과 함께 막걸리를 직접 담가 마신다는 것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망울이 한없이 순수하다’는 말처럼 유 원장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순수한 눈매는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들게했다. 한달에 1~2번 막걸리를 손수 담가 병원과 집 내장고에 보관하면서 반주로 마시곤 한다. 막걸리 이름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YS막걸리’라 칭하고 별도의 상표나 디자인도 없는 포장되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막걸리’다.  


그동안 수차례 반복하며 계절별로 실패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터득, 자신감이 붙어 지난해에 이어 밀도 청량산에서 직접 재배해 수확한 뒤 누룩까지 직접 만들어 술을 빚을 계획이다.


유원장은 “누룩이 술맛을 좌우하지요. 작년에는 절반만 성공했지만 올해는 꼭 성공시켜 나만의 술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렇다고 유 원장의 집안에 양조장을 하는 이가 있거나 막걸리 제조를 사업화할 생각은 결코 없다. 다만 취미로 즐길 뿐이다. 유 원장은 “손님이 찾아왔을 때 나만의 뭔가를 대접하고 싶어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취미로 할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유 원장이 막걸리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은 동독 등 동유럽 지역을 여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각 지역마다 맥주맛이 다 다르고 자랑하는 맥주가 있는데 왜 우리라고 못 만들겠냐’ 하는 오기가 발동해 인터넷과 책을 통해 직접 방법을 터득했다. 더 오래된 계기는 연애시절 장모님이 손수 담가주신 동동주 맛을 잊을 수 없어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익산 죽력고 명인으로부터 누룩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가 시연을 하는 것도 참관하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계절별로 작업을 하면서 실패한 사례를 꼼꼼하게 모아 정리해 오고 있다.


“누구나 관심을 갖고 도전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을 잘 지킨다면 실패하지 않습니다. 임플랜트도 실패를 하면서 방법을 터득하듯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고 정성입니다.” 술만들기는 그야말로 과학이어서 정해진 방식대로만 하면 성공과 실패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도전하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긴다는 것.


막걸리를 만드는데 있어 제일 중요한 첫번째가 온도 맞추기이고 두 번째 중요한 것이 누룩을 수화시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고두밥이 충분히 잘돼야 한다고 유 원장은 조언했다. 이 세가지를 잘 지켜서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유 원장 다음 카페에 개설돼 있는 전통주 만들기(http://cafe.daum.net/Homebrewing)를 통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적극 추천했다. 재료 및 기구는 인터넷(www.wine2080.com)을 통해 구입할 수 있고 누룩으로는 상주곡자, 진주곡자, 산성누룩, 송학고자를 추천했다.  


누구보다 전통주를 사랑하는 풍류 넘치는 선비 스타일의 유 원장은 안동에서의 공보의 근무가 인연이돼 지난 1992년부터 용상동에 개원하고 있다. 자동차와 여행, 낚시, 수상스키에도 상당한 관심과 실력을 갖고 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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