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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획 한 획’ 명상의 세계에 빠지다

‘한 획 한 획’ 명상의 세계에 빠지다


서예가
이언호 청조치과의원 원장

  

모두가 잠들어 있는 조용한 새벽. 조용히 일어나 먹을 갈고 붓을 드는 서예가가 있다. 서예가는 이른 새벽 붓글씨에 빠져드는 이 시간이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 맑고 깨끗한 명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온전한 자기만의 세상이라고 했다.
20년째 새벽이면 붓을 잡고 있는 이언호 원장(청조치과의원)은 지난해 고희를 맞아 서예전을 개최했던 원로 치과의사. 이 원장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젊은 시절에는 바쁜 개원활동으로 늘 생각에만 담고 있던 취미활동을 50세가 넘은 나이에 시작했다.


구당 여원구 선생 문하생 시작
20년째 새벽마다 ‘붓 잡아’

 

서예는 마음 정화시키는 예술
작년 고희 맞아 전시회 열어

  

“어렸을 적 조부의 손에 이끌려 동네서당을 다니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어린나이라 글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서 손자에게 그렇게 천자문을 가르치고 싶어 했던 조부를 생각하면 언젠가 꼭 붓글씨를 시작해야지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개원활동을 하면서도 거리를 지나가다 서예실을 보면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는 이 원장은 어느날 우연히 서예가 구당 여원구 선생과 인연이 닿아 문하생 생활을 시작했다.


“붓이라는게 신기하더군요. 부드럽기만 한 붓이 먹만 묻으면 돌처럼 단단히 굳습니다. 그리고는 서법에 따르지 않으면 절대로 구부러지지 않습니다. 옛말에 황우장사도 붓은 못 꺾는다는 말이 사실이더군요.”


이 원장은 꼿꼿하지만 바른 서법에는 구부러지고 마는 붓의 매력에 빠져 붓글씨와 사군자 그리기에 빠져들었다. 한 획 한 획 붓을 움직일 때마다 마음은 차분해지고 서체는 틀을 잡아갔다. 이렇게 시작한 붓글씨 쓰기가 점점 실력이 붙어 서예전을 개최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으며, 최근에는 영등포구치과의사회 문예지의 표지를 자신의 작품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특히 서예를 시작하고부터는 인사동 필방골목을 누비며 눈이 가는 붓은 어떻게든 갖고야 마는 수집취미도 생겼다.


서체는 쓰는 사람의 생김새와 마음을 담는다는데, 이 원장의 서체는 전문가들로부터 기교를 부리지 않고 순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원장은 “붓을 들고 글씨를 쓰는 행위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맑게 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집중하고 한지 위를 글로 채워가다 보면 ‘이게 바로 예술이구나, 서예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이런 기쁨을 느껴보지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주위의 후배들을 보면 진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러가지 취미활동을 하는데, 값비싼 장비가 들어가는 취미활동도 좋지만 정신을 정화하며 보다 건설적인 생각을 창출할 수 있는 여가활동들을 했으면 좋겠다”며 “그런 취미로 서예를 적극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에는 고향인 밀양에 내려가 붓글씨와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낼 계획이라는 이 원장은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가 있다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 50세가 넘어 시작했어도 어느덧 돌아보니 20년이 넘게 붓을 잡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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