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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에 마음 연 ‘빅덴티스트’

‘빅이슈’에 마음 연 ‘빅덴티스트’


어느 순간 서울시내 곳곳에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3000원짜리
잡지를 파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거칠고 고달팠던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얼굴들이지만
그 눈빛만큼은 삶의 의지로 강렬하다.

  

옥용주 
내이처럼치과의원 원장


 노숙인 재활 잡지 ‘빅이슈’ 판매원 지원
 치료대기실 쉼터 제공·치과치료도 도와
“세상과 소통원하는 그들의 손 잡아줘야”

  

노숙인 출신 ‘빅이슈’ 판매원들의 눈빛에 반해 자신의 치과를 쉼터로 내준 치과의사가 있다. 2호선 사당역 근처에서 개원중인 옥용주 원장(내이처럼치과의원)이 그 주인공. 옥 원장은 현재 자신의 치과대기실을 빅이슈 판매원들의 쉼터인 ‘빅숍’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치아상태가 안 좋은 판매원들에게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까지 해 주고 있다.


옥 원장은 “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다가 우연히 빅이슈 판매원과 눈이 마주쳤다. 삶에 대한 의지로 강렬한 그의 눈빛은 한마디로 멋있었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빅숍 지원 계기를 밝혔다. 

 

빅이슈는 지난해 7월부터 한국판이 창간돼 현재 서울시내 40여개 지역에서 노숙인 출신 판매자들에 의해 판매되고 있는 격 주간 잡지로, 이미 주요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많이 소개됐다. 3000원의 잡지 판매금 중 1600원은 판매인의 몫이 되며 운영본부인 빅이슈코리아에서는 여기서 일정액을 반드시 저축하게 해 판매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이와 관련 빅숍은 음식점이나 커피숍, 편의점 등 일반 상업시설이 빅이슈 판매원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쉼터로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 서울시내 20여개 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의료기관으로는 ‘내이처럼치과의원’이 최초다.


옥 원장은 쉼터 제공에서 더 나아가 빅이슈코리아와의 협조를 통해 빅이슈 판매원들에게 임시틀니나 치주치료 등의 치과치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원칙이 있다. 최소한의 치료비를 장기 할부를 통해서라도 꼭 받는다는 것이다. 다시 재기를 꿈꾸는 빅이슈 판매원들에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현재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정광영 씨도 옥 원장을 통해 치과치료를 받고 있다. 정 씨는 “아픈 곳이 있어도 돈이 많이 들까봐 병원에 가는 것이 겁이 나는데 의사선생님의 이러한 배려가 나에게는 너무 큰 도움이 된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열심히 일해 하루빨리 전셋집을 얻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옥 원장은 “처음 주위에서는 노숙인들에게 병원시설을 사용하게 하면 환자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고 했지만 이들은 더 이상 노숙인이 아니라 다시 한번 인생의 재기를 꿈꾸는 우리의 이웃이다. 잡지 판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복귀하기를 원하는 어려운 이웃에게 기회를 주는데 많은 동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빅이슈코리아 측에서는 병원을 찾는 판매원들에게 특히 몸가짐을 청결히 하도록 하고 있으며, 치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는 운영본부가 관리하는 판매원의 계좌를 통해 자동으로 이체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무두 빅이슈코리아 국장은 “노숙인 출신 판매원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첫 시작점이 빅숍이다. 다른 환자들도 있는 공간을 선뜻 쉼터로 내준 옥용주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많은 치과의사들이 조금 더 동참해 준다면 빅이슈 판매원들이 사회에 정착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 원장은 “요즈음 들어 ‘어떠한 행복도 다른 이를 이롭게 하지 않으면 지속적일 수 없다’라는 말이 크게 와 닿는다”며 “앞으로 삶에 지쳐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는 일을 해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빅숍 희망문의: 빅이슈코리아 02)766-1115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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