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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플로렌스 수녀] 꿈 이야기 마무리

종|교|칼|럼|삶

 

이연희 플로렌스 수녀
<마리아의 전교 프란치스코회>

 

꿈 이야기 마무리

  

우리 수녀회가 치의신보에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받았을 때 아마도 저는 ‘꿈 이야기’로 시작한 듯 싶습니다. 마지막의 글이 되는 이 달의 내용은 어떤 것이 될 지 저 자신 역시 호기심과 조바심으로 뒤섞이던 중 떠오르는 최근의 한 장면이 저의 얼굴에 미소를 띄우는 걸 보니 우연인지 필연인지 꿈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어질 듯 하여 신기하기만 합니다.


6월 초순 우중충한 날의 연속이었다가 처음으로 쨍!하고 해 뜬 날, 저는 유치원의 뒷동산에서 아이들과 풀잎 피리를 불며 어울리다가 와상에 누워서 푸르디 푸른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푸른 잔디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거든요. 곧 4살이 되는 남자 아이 ‘닐스"가 옆에 있어 누우라며 저의 왼팔을 벌렸습니다. 그 아이는 저의 팔을 베고 눕더니만 잠시 후에는 자신의 다리까지 저의 다리에 걸쳐 정겨움을 더해 주었지요. 그러다가 넓디 넓은 파란 하늘의 가장자리에 흰구름이 두둥실 걸쳐있어 저는 닐스에게 저의 꿈이야기를 했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을 보면 전 그곳에 앉아 보거나 누워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구요. 닐스는‘그렇게 할 줄 아느냐"고 묻더군요. 아직 방법을 모른다고 했죠. 그러다가 저는 이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창공의 갈매기들에게 우리를 날개에 태워 구름위에 내려달라고 부탁해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즉시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발견한 닐스는 제게 그들을 가리켜 보였습니다. 그래서 전 큰 소리로 불러댔지요. 한참 후에 한 마리가 우리 쪽을 향해 날아와서는 유치원의 지붕에 나 있는 굴뚝에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고 더 이상 우리에게 날아오지 않자 닐스는 제게 더 큰 소리로 불러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 같이 소리를 지르자고 했지요. 하나, 둘, 셋에 우린 입을 모아 ‘리가…(페로에어로 갈매기)"를 외쳤습니다. 그래도 꼼짝을 않길래 저는 ‘갈매기가 우리에게 등을 돌린 채 바다를 향해 앉아 있어서 우리의 소리가 들리질 않나보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닐스는 눈을 흰구름에게 돌렸는지 구름에 구멍이 하나 났다고 하길래 한참을 쳐다 본 후에야 그걸 저도 찾아내어 우리의 시선과 대화는 흰구름으로 옮겨졌던 싱그러운 날이었습니다.


꿈이야기는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6월 18일을 기다리는 저의 가슴을 무척이나 설레게 했습니다. 지난해 하지에 해가 지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러 뱃놀이를 한 밤중에 나갈 수 있는 행운을 얻어 배멀미에 고생을 하면서도 꿈 중의 하나가 이루어진 기쁨으로 또 다른 꿈들을 노래했던 여름 밤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페로에제도의 옛 슬픈 이야기들의 주인공중의 하나인 한 많은 여인 ‘란느보아"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의 배경무대인 남쪽의 작은 섬 ‘스큐보이"의 유명한 ‘파그라 대알르" (아름다운 능선)가 저의 꿈속에 아주 넓은 자리를 잡았거든요. 올해는 유난히도 유치원의 직원 소풍을 위한 진행팀에 자진하여 손을 들어 용감함을 보였고 다른 한 직원 ‘예니"와 한 팀이 되어 계획을 짤 때에 저는 남쪽 섬의 다른 마을을 추천했는데, 남쪽 섬이야기가 나오자 예니는 다짜고짜 스큐보이에 마음이 간다고 하더군요.


이 이름을 듣는 순간 저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심장의 박동은 뜀박질치다 못해 멈추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은 섬이라서 가는 교통이 그리 쉽지 않아 감히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다른 이의 입에서 그 이름을 들을 줄이야! 그래서 전 저의 꿈이야기를  예니에게 풀어놓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꿈에 부풀은 우린 일찍부터 비밀스레 이곳을 향한 소풍준비를 천천히 시작했습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이 섬을 오가는 작은 배의 시간에 묶이다 보니 토요일 이른 아침 8시 부터 출발을 해야했습니다. 계속 된 안개낀 날씨가 금요일부턴 태양빛을 비추길래 당일 아침엔 반팔과 얼굴에 썬크림을 듬뿍 바르고 나갔더니만 안개가 제법 내려앉아 섬에 도착해서는 모두가 두꺼운 스웨터에 비옷 그리고 장갑까지 꺼내야 했습니다. 파란 하늘은 보지 못해도 안개 아래의 경치는 깨끗하게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그야말로 파그라 대알르는 바로 옆의 능선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푸르디 푸른 잔디로 뒤덮혀 많은 양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글픈 옛 이야기가 믿기지 않으면서도 책 내용을 따라 상상의 날개를 펼치자니 더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우리가 잘 아는 ‘주홍 글씨"와 맥락이 비슷한 내용이기 때문이지요.


막판에는 조금 가파르면서도 위험해 보이는 곳이어서 3명만 끝까지 갔다 오고 다른 이들은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봄으로만 만족하며 돌아오는 길에는 안개가 더욱 짙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바른 썬크림이 무색하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걸었는데 한 고개를 넘어 마을로 들어서자 안개는 사라지고 햇님이 얼굴을 내밀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어느 집 앞 양지쪽에 앉아 남은 도시락을 까먹고 있노라니 한 연세드신 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자나가다가 우리 옆에 멈추어서 한참이나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나누어주시는 모습이 그야말로 시골의 정겨운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섬에 행사가 있어 25명 정도가 사는 스큐보이의 주민들 거의가 떠나고 4명만 남았다나요? 왠지 텅 빈 느낌이다!!!했거든요. 이 날 우리가 이용한 배와 버스는 나들이꾼들로 가득했고 저는 배멀미는 하지 않고 꿈 중의 하나가 또 이뤄져 우리의 모든 꿈들을 아시고 손수 마련하시는 님의 사랑에 무어라 보답을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함께 꿈을 심고 가꾸고 열매를 맺어 서로 나눔으로써 우리의 삶이, 우리의 세상이 더욱 더 풍요로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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