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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 입으면 인자한 치의, 도복 입으면 무사 ‘정동수’

‘국회 검도회’ 사범
정근철 원장

  

가운 입으면    인자한 치의
도복 입으면    무사 ‘정동수’

  

 늦깎이 입문 15년째 검객 ‘공인 5단’
 국회 의무실 퇴근 후 ‘국회검도회’ 지휘
 예절과 도 배우는 운동…가족 모두가 즐겨


“국회 정문을 지키는 사람들은 의무경찰이지만 국회 본관은 우리가 사수한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나면 국회 본관 1층 체육관에서 나오는 쩌렁쩌렁한 기합소리와 함께 죽도소리가 국회 본관에 울려 퍼진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 직원, 국회 출입기자 등 35명으로 구성돼 있는 국회 검도회 회원들이 이곳에서 검도를 통해 심신을 수양하며 스트레스도 덩달아 날리고 있다.


올 3월 25일 창립된 국회 검도회에서 검도를 지도하고 있는 사범은 다름아닌 치과의사다. 낮에는 국회 본관 1층에 있는 본관의무실 치과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의원 보좌관, 국회 직원 등의 치통을 치료하고 있는 정근철 원장이 퇴근 후에는 한참 아들뻘되는 회원들을 불호령하며 검술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치대동창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던 정 원장은 강남에서 개원하다 지난 2008년 4월부터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정식 사범도 아닌데…”라며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정 원장은 치과의사 가운데도 검도실력이 검증된 대한검도회가 공인한 5단이다. 늦은 나이인 44살에야 검도를 시작했지만 2002년 12월 3단 승단과 2005년 4단 승단을 거쳐 지난해 11월 1일 5단으로 승단한 실력있는 공인 검객이다.


정 원장은 죽도는 기본이고 본국검법과 우리고유의 검법인 조선세법 등 진짜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무사다. 국회 내에서 최고 고단자이면서 사범자격증도 있기 때문에 국회검도회 사범으로 추대됐고 1급까지 자체 심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말대로 정 원장은 ‘동그란 것’에는 취미가 없지만 고등학생때 전국체전, 대학교 2학년때 대학연맹 태권도 대회에 나가 메달을 수상할만큼 격투기에는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태권도도 공인 5단이다.

  

격투기를 워낙 좋아하는 정 원장이기에 검도에도 호기심이 있었지만 1990년때 중반까지 검도장이 드물어 늦깎이에 검도에 입문해 그야말로 ‘미친놈’처럼 검도에 빠져들어 15년째 검을 잡고 있다.


의사 가운을 입으면 여느 동네 의사처럼 너그럽고 부드러운 표정이지만 도복을 입으면 금세 근엄하고도 날렵한 무사 ‘백동수’로 돌변한다.  


5급에서 시작한 검도실력은 4급, 3급, 2급, 1급, 초단을 거쳐 2단, 3단, 4단으로 올라가는  승단시험에서 단 한번의 낙제없이 통과해 검객 사이에서 알아주는 공인 5단이 됐다. 5단부터는 대한검도회 중앙회에서 직접 심사를 담당해 실기 뿐만 아니라 본(검도의 기본), 본국검범, 심판법과 필기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앞으로 5년이 더 지나야 6단으로 승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때 나이 60이지만 도전해 볼 생각이다. 정 원장은 “검도는 몸관리만 잘하면 여든다섯살까지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며 지치지 않는 검도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분당에서 여의도로 통근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는 정 원장은 화요일과 금요일은 국회도장에서, 월요일과 금요일, 토요일은 성심재 도장에서 일요일은 성남시검도회 도장인 연무관에서 고수들과 실력을 겨루고 있다. 이곳 회원들은 대부분이 관장들인 4~5단 이상이며, 정 원장은 이미 성남시 검도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검도는 道이지요.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는 운동이랍니다. 정신수양에도 좋고 육체적인 건강에도 그만입니다.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검도의 장점 외에도 정 원장은 “양팔을 모두 다 쓰고 거북이 목을 하고 치료해야 하는 치과의사들의 자세교정에도 아주 좋다”고 동료의사들에게 검도를 적극 추천했다.  


머리에 쓰는 호구 등 검도복을 다 착용하면 무게가 7㎏에 달한다. 이 무개를 지탱하며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운동을 하고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곤 한다. 운동량이 워낙 많아 검도에 입문할 때 97㎏에 육박했으나 체중도 80㎏대로 줄었고 지금도 젊은이 못지않은 강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아버지와 남편의 검도에 대한 애정의 영향인지 예절과 도를 배우는 운동 때문인지 큰아들은 2단, 작은아들도 3단, 부인도 3급으로 가족 모두 검객이다. 아들들과 함께 시합을 하며 느끼는 가족애와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정도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검을 잡을 막내아들은 세월의 무게 때문에 당해내지 못한다면서도 마냥 행복해 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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