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편소설집 ‘리브 앤 다이’ 출간
일곱빛깔 삶에 끌려 ‘펜 잡는다’

소설가
허택 평화치과의원 원장

내면 잠재된 자살 유혹 역설적 묘사 호평
2008년 신인문학상 당선 소설가 입문
한글사랑 깨치는 작품 창작 몰두할 것

치과의사이면서 소설가인 허 택 원장(부산 평화치과의원)이 지난 2009년 등단 후 3여년간 여러 전문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8편을 묶은 첫 작품집 ‘리브 앤 다이(문학사상 출판)’를 최근 출간했다.

“이번에 첫 창작집을 통해 소설가로서 정식으로 중앙문단에 신고한 셈이죠. 사실 등단 후에는 소설이라는 창작에 책임이 따라야하므로 창작에 대한 고통이 더욱 심했습니다. 등단 후 문예지를 통해 발표되는 작품에 대해 두려움과 함께 부족함도 많이 느꼈죠. 괜히 등단했나 하는 후회(?)까지 들기도 했어요.”

‘문학비단길’이라는 동인모임에서 여러 소설가들과 창작수업 및 합평을 함께 하면서 여러 문예지와 지방신문 등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는 허 원장은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21세기 첫해 모 후배 치과의사와 의미 있는 50대를 맞이하려고 하다 보니 가슴 한 구석에 묻어있던 소설에 대한 정체성이 움틀거리게 됐다”며 “이후 지방 모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문학강좌에 기웃거리다보니 한글에 대한 묘한 매력을 깨닫게 돼서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허 원장은 2008년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하반기 신인문학상 공모에서 소설부문에 당선됨으로써 치과의사 뿐 아니라 소설가라는 직함을 새롭게 얻었다. 

당시 심사위원인 소설가 윤후명 씨와 문학평론가 김종욱 씨는 심사평에서 “허 택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음울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면서도 그 속도와 템포를 통제하는 장치가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특히 이번 첫 작품집에 담긴 8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대표작인 ‘리브 앤 다이’란 작품은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한 자살에 대한 유혹이나 베르데르 효과 같은 자살에 대한 무책임한 유행에 대해 역설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원장이 다양한 문학장르 중 소설을 택한 이유는 청소년기에 읽었던 샤르트르의 ‘벽’이란 단편소설에 대한 감동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설은 인간내면이나 삶을 가장 치열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한다는데 깊은 매력이 있었습니다. 또한 소설은 인간의 다양성을 날카롭게 서술하거나 비판할 수도 있죠.”

그러나 처음 글쓰기는 매우 힘들었다고... “치과의사와 소설가는 완전히 상반된 사고를 갖고 있는 직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사, 묘사, 구성, 소재 등 창작의 고통이 심했죠. 소설가로서의 변신은 합리적 이성을 심적인 감성으로 바꿔야하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허 원장은 “어떤 분야에서나 다 같겠지만 개인의 정체성을 치과의사라는 직업과 어떻게 연관 짓느냐에 따라서 보다 더 문학 활동을 심도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창작 소재로 주변의 이웃들과 일상적인 사회현상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허 원장은 앞으로 창작활동과 관련해 “치과의사라는 본연의 자세를 더욱 충실히 이행하면서 현재 사회 전 계층에서 무관심해지는 한글에 대해 더욱 각성할 수 있는 작품창작에 몰두할 생각”이라며 “아울러 노후에 한글사랑과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허 원장은 이 가을을 보내면서 치과의사 동료들에게도 한 권의 책읽기와 자신에 대한 한 줄의 글쓰기를 꼭 권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