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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 가을빛 선율을 머금다

콘트라베이스

가을빛 선율을 머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남두영 인디애나치과의원 원장

  

콘트라베이스는 연주 맛 더하는‘양념’
세종나눔앙상블 등 3~4곳 단원 활동
하루 30분 이상 매일 연습…독주 무대가 꿈

  

콘트라베이스 연주가인 남두영 원장(43살·인디애나 치과)의 치과가 위치한 불광동의 한 건물 3층에 들어서자 묵직한 콘트라베이스 음율이 건물 복도 전체에 낮게 울려 퍼진다.


‘깊어 가는 가을날과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릴까’하는 생각도 잠시, 음률을 따라 끌리듯 복도로 걸어들어 가니 열린 문틈 사이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콘트라베이스 연주 삼매경에 빠져 있는 남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국내에서 일반대학을 2학년까지 다니다 자퇴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 치대에서 수학했으며 지난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와 면허시험을 보고 개원한 케이스다.


콘트라베이스 연주는 국내대학 재학 시절 2년 동안 개인레슨을 통해 입문했다.


“그전에는 단순히 음악이 좋다는 정도였지 전혀 아는 것이 없었어요.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마침 좋은 레슨 선생님을 만나 제대로 가르침을 받았어요.”


많은 악기중 콘트라베이스를 선택한 이유도 초보자고 등치 있는 사람이 연주하기에 좋다는 스승의 조언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호기심반 욕심반으로 시작했던 콘트라베이스의 매력에 푹 빠져 들었다.


“콘트라베이스는 한식으로 치면 주식인 밥은 아니고 ‘양념’ 같은 악기라고 할 수 있어요. 한식 음식에 양념이 맛을 더해 주듯이 진정한 콘트라베이스 연주는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더욱 빛이 나도록 해 주거든요.”


그는 전체 연주에 양념 같은 풍미를 더해 주는 콘트라베이스의 매력
에 푹 빠져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세종나눔앙상블 등 3~4군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외적인 활동은 모두 접었다. 진료를 하면서 연주 스케줄을 따라 가기가 어려웠고 개인 연습을 할 여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1~2년쯤 대외 활동을 접고 개인적으로 연습을 해 기량을 더 쌓은 다음 다시 활동할 계획이다.


대외 활동은 접었지만 하루 30분 이상 매일 꾸준히 연습한다는 원칙을 정해두고 점심시간 등 진료 시간 전후로 짬짬이 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


“악기 자체가 워낙 무겁고 둔탁해서 고운소리를 찾아서 내기가 쉽지가 않아요. 거의 매일 연습을 하지만 이틀에 한번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올까 말까해요.”


고운 소리를 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심신이 지칠 때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 두곡 정도 독주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요즘에는 보테지니의 Elegia in D, 한스프리바의 무반주 베이스 조곡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복도에 들어섰을 때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던 곡이 바로 Elegia in D다.


모든 연습은 주로 치과에서 하고 있는데 아파트에서 연습하기엔 시끄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창 집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뛰어다니고 있는 장난꾸러기 세살배기 아이가 큰 덩치의 콘트라베이스를 만지다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남 원장은 연주 외에도 바이올린, 첼로 등 미니어처 악기를 만드는 취미도 갖고 있다. 이 작업 역시 치과에서 짬짬이 하고 있는데 악기 만들 때 쓰는 나무와 똑같은 재료를 구해 전기톱으로 자르고 사포로 문지르는 수작업을 거쳐 지금까지 탄생한 작품이 4~5점 정도 된다.


“그래서 직원들이 싫어해요. 쉬는 시간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에 전기톱 소리까지 치과가 조용할 틈이 없거든요.”


잠깐 치과 스탭들의 눈치를 살피던 남 원장이 직원들과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남 원장의 콘트라베이스 이야기는 그의 개인홈페이지(bassist.new21.net)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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