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상대방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있습니까?

상대방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있습니까?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작은 야산이 있어 외출이 없는 날은 꼭 등산을 한다. 등산하는 중에 가끔 만나는 개(Dog)가 있다. 개는 5살이라고 하는데 몸집이 매우 작은 개로 60대 초반의 주인아저씨가 데리고 다닌다. 이 개는 언젠가부터 나만 보면, 한참을 짖었다. 몇 달만에 만나도 용케도 알아보고 짖어대는 모습이 신기해서 하루는 아저씨께 농담 삼아 물었다.


“재가 다른 사람한테는 그러지 않는데, 왜 나만 보면 짖어댑니까? 아무래도 저 개가 교회를 다니니까 자기와 종교가 다르다고 짖는 게 아닌가요?”


“이 개가 다른 어른들을 보면 위압감을 느끼는데, 스님은 머리카락이 없으니까 어린애라고 생각하고 만만해 보여서 짖을 겁니다.”


이를 계기로 아저씨와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서로 안면이 있는데도 그 개는 여전히 짖어댔다. 매우 먼 거리에서도 나를 보면 코앞까지 달려와서 꼬리를 치며 짖었다. 솔직히 개 짖는 소리가 썩 반갑지 않았다. 나는 등산할 때마다 운동차원이 아니라 걸으면서 명상하는데 개 소리가 내 마음의 고요를 방해하는 소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저씨 말씀에 의하면, 예전과 달리 만나서 반갑고 좋아서 짖는 것이라고 한다. 아저씨 말씀을 듣기 전까지는 그 개가 여전히 나를 만만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짖는다고 생각하였다.


오늘 오후 늦게 등산하는 중에 개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꼬리치며 짖었다. 이번에는 어린 중생의 마음을 아는지라 반갑다며 쓰다듬어 주었다. 아마 우리 사람들의 대인관계도 이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은 늘 진심을 말하는데 왜곡하고 비방하고, 그 사람의 진정성은 알려고 하지 않고 내 소리만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려는 오만과 편견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닐까? 상대방이 한 말 가운데 내 필요한 것만, 내게 이로운 것만 취해 받아들이다보니 상대의 진심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카알 로저스(Carl Rogers)의 ‘진정한 사람되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제일 먼저 취하는 반응은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 대신 평가나 판단을 내리려고 한다. 누군가 자기의 기분이나 태도, 혹은 신념을 나타낼 때 우리는 대개 즉시 옳다, 그르다, 비정상적이야, 이치에 맞지 않아, 틀렸어, 옳지 않군 등이라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사람들의 성품에는 각 가정에서 배우고 익힌 문화를 지니고 있다. 그 나름대로의 문화 속에 자랐기 때문에 사람간의 마찰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사람의 행동과 말에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텐데, 그것은 배제하고 겉만 보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내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스님으로 살지만 학생들이 학생들의 그릇된 점을 보면, 조카를 생각하듯이 꾸짖을 때가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결석이 많은 학생들에게는 더 걱정을 한다. 그런데 정말 뜻밖의 반응이 올 때가 있다. ‘수업만 하면 되지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하느냐?’… 덩치만 크지 아직 지도받아야 할 아이들이라 생각하며, ‘수업만 해야지’ 하다가도 막상 학생들의 잘못된 점을 보면, 쉽게 조절되지 않는다. 물론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지만 여건상 쉽지 않고, 교육의 한계의식을 느낄 때도 있다.


아마도 등산도중 만나는 개는 내게 반가워서 짖는 인사지만, 나는 개 소리를 따뜻한 반가움이 아닌 소음으로 듣는 것처럼 나는 학생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잔소리하지만 학생들은 소음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생과 선생만이 아닌 부부사이, 자식과 부모 사이, 상사와 직원사이, 의사와 환자사이 등 많은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지 않고 내 말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자.


정 운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