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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mm 작은 공에 인생이 있다

64mm 작은 공에 인생이 있다


‘프로 당구선수’
박 성 운 청주 박성운치과의원 원장


프로선수 자격증 취득 15년째
치밀한 계획에 득점까지 ‘짜릿’
치과의사 몸 균형잡기 안성맞춤


64mm 작은 공의 행방이 자아내는 탄성과 환희의 게임. 흔히 치의학을 ‘Art & Science’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당구 역시 이 같은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스포츠다.


바로 이 당구에서 건강은 물론, 일상의 작은 의미를 찾아가는 치과의사가 있다. 프로당구 선수 자격증을 취득한 지 올해로 15년째 되는 박성운 원장(청주 박성운치과의원)은 지금도 당구공 속에 숨어있는 인생의 단면을 엿보는 묘미에 푹 빠져 있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박 원장이 처음 당구계에 입문한 과정은 대한민국의 다른 남성들처럼 평범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선배 및 친구들과의 폭넓은 대인관계(?)를 위해 처음 ‘큐’를 든 것이다.


특히 대학졸업 후 잠시 당구와 거리를 둔 그에게 있어 1993년 받았던 기흉(pneumothorax) 수술은 당구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된 본격적 계기였다. 수영, 테니스, 축구 등 격렬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1998년 대한당구연맹(KBF) 프로선수 입문을 시작으로,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대한당구연맹 충북지부 회장까지 역임했다. 특히 회장 역임 당시 신인선수 발굴 및 육성은 물론 당구연맹을 충북체육회 준가맹 단체로 격상시키는 등 현재의 정가맹 단체로 발돋움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했다.


충청북도치과의사회 부회장, 청주시치과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원장은 당구계에서도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현역 선수 중 김경률, 최성원, 김성관, 박정석 프로 등 ‘국가대표급’ 당구선수들과 친분을 쌓고 있으며, 그 중 강동궁 프로와는 막역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열린 중부권치과의사회 종합학술대회(CDC)에서는 강동궁, 이홍승 등 유명 프로 당구선수들이 특설 당구대에서 직접 화려한 예술구 시범을 펼쳐 참석한 치과의사 회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박 원장을 사로잡은 당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고도의 멘탈 스포츠’라는 점이다.


그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득점해 낼 때까지의 집중력은 그 어떤 스포츠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힘과 스트로크의 완급, 회전량의 가감, 공을 맞추는 두께의 조절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득점했을 때, 특히 아주 어려운 공의 배치 상태에서의 득점은 짜릿한 쾌감을 극대화 시킨다”고 설명했다.


매우 신사적인 스포츠라는 점에서도 당구의 가치는 빛난다. “시합 복장에서부터 예를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 선수의 멋진 플레이에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득점(플루크)을 했을 때는 미안한 표현을 반드시 하는 등 게임 중에 겸손과 배려가 배여 있는 스포츠입니다.”


현역 프로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박 원장은 지금도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충북지부 선수들 간의 자체 평가전에 참여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참여해 상호간 기량을 경주할 때의 시합 분위기가 참 좋다”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동료 선수들을 인솔해 전국투어를 다니면서 지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혼연일체가 돼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때”라고 반추했다.


치과의사로서의 삶과 당구의 연관성에 대해 그는 “예술과 과학이 집약된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고, 집중력 향상 및 자세 교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당구공을 다루는 기술이 늘수록 섬세하게 표현되는 예술적 공의 흐름과 회전력의 변화, 스트로크의 완급에 따른 입사각과 반사각의 컨트롤 능력은 정확한 계산과 감각이 어우러져 공의 진로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로 치의학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또 임상 등에서 어려운 난제에 부딪혔을 때 순간 집중력을 높이는데 당구만한 스포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박 원장은 오랫동안 진료를 하다보면 치과의사들은 오른쪽 어깨가 아래로 떨어지는 직업병 아닌 직업병을 갖게 되는데 당구는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진료자세와는 반대되는 자세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말한다. “당구를 치면 깨달음이 있다. 지름 64mm 작은 공속에 숨어 있는 작은 인생이 오롯이 엿보일 때 나름 작은 미소를 머금어 본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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