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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아초월성과 행복

인간의 자아초월성과 행복


학교에서 자아초월상담학이란 과목을 강의하는 저에게 많은 사람들이 자아초월이란 것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또한, 자아초월이 심신의 건강이나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많습니다. 자아초월이란 단어에서 풍겨 나오는 다소 신비주의적인 분위기 때문에 자아초월에 대한 많은 오해와 갖가지 견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특성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란 존재가 이 우주안의 다른 존재들과 어떤 면에서 다른가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광물이나 식물 혹은 동물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그들과 다른 특유의 어떤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신체라고 하는 물질로 구성된 존재이며, 동시에 마음이라고 하는 정신적 요소를 가진 존재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정신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을 할 수 있으며,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문제들에 대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의 그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더 나아가, 인간만이 이 우주 안에서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자기를 초월한다는 것은 자기를 대상화 혹은 객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자신을 인식하고, 반성하고, 탐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유한한 시간과 공간속에 제한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영원을 상상할 수 있고, 우주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의 이와 같은 특성을 자아초월성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이러한 자아초월성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별 짓는 특성이라고 할 만 합니다. 현재의 지식으로는 오직 인간만이, 자기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묻고, 자신을 넘어서 타인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존재입니다. 또한, 인간만이 이러한 궁극적 관심사들에 대한 물음에 대해 주어지는 대답에 따라 자신의 삶을 창조해가는 존재입니다. 여러 문화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종교와 신화, 철학과 윤리, 문학과 예술, 정치와 경제 등의 활동과 창조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모든 인간의 공통적 자질인 자아초월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자아초월성을 종교에서는 영성(spirituality)이라고 표현합니다. 기독교와 같은 유신론적 종교에서는 영성을 자기를 넘어서는 더 큰 존재 곧 신과의 초월적 관계라고 말합니다. 반면, 불교와 같이 상대적으로 무신론적인 종교에서는 영성을 우리 존재성의 고유한 측면으로 파악합니다. 인간을 우주의 신비에 대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합니다. 인간의 보편적인 자아초월성은 다양한 문화적인 색채를 띠고,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종교와 철학의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아초월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 심오한 특성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자아초월성은 개인의 삶에 전체성과 통일성을 부여해주고, 삶의 순간순간에 의미를 불어 넣어주는 활력소로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자아초월성과 정신건강 혹은 행복은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다양한 인간사의 괴로움을 다루는 심리 상담에서도 자아초월성과 관련된 주제들은 치유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은 삶의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내고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삶의 심원한 이해를 통해 상실과 아픔 그리고 심지어 죽음까지도 넘어 설 수 있습니다. 이때 자아초월성은 “최후의 피난처”로서 우리의 유일한 자원이 됩니다.      


박성현 교수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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