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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귀하게 보는 마음

사람을 귀하게 보는 마음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예전에 우리 수도회가 인천에서 운영하는 성 안드레아 피정의 집 책임자 소임을 맡을 때의 일입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고, 미사를 드린 후, 아침 식사 후 넓은 잔디가 있는 조용한 수도원 마당을 산책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수도원 대문 옆 길게 뻗은 대나무 밭 사이에서 흰색의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 야~옹 …’ 하며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처량히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 저 놈, 도둑고양이 새끼로구나!’


그랬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 있는 넓은 피정의 집이라,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하였지만, 그래도 동네에서 버림받은 고양이들이 삶의 터전을 삼아 수도원 마당을 지나다니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도원 정원에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보니 자연히 쥐들도 있었습니다. 그 쥐들은 겨울이 되면 먹이를 찾아 피정의 집으로 들어올 궁리를 하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 고양이를 보는 순간, 나름 키워서 겨울 철에 피정의 집 주방을 노리는 쥐들을 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다가가도 놀라지 않는 그 흰색 새끼 고양이를 잡아다가 수도원 지하실에 방치하듯 키웠습니다.


그리고 난 뒤, 한 달 후에 볼 일이 있어 외출을 다녀오는데, 피정의 집 주방 자매님이 잠깐 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신부님, 낮에 그 흰색 고양이 보러 주인이 왔다 갔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네~에, 도둑고양이도 주인 있나요? 그러면 그 주인은 도둑이던가요?”
사실 고양이를 버린 주인이 과연 주인일까 싶었습니다. 그러자 주방 자매님은,
“아뇨, 예쁜 아가씨였어요.”
“예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런 사람이 고양이를 수도원에 버려요?”
“그런데 그 아가씨 말을 들어보니, 사연이 있더군요.”


주방 자매님은 아가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습니다. 그 아가씨는 두 달 전에 흰색 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무려 50만원 주고 고양이를 산 뒤, 한 달 동안 고양이를 품고 살았더랍니다. 그랬더니 그 아가씨의 엄마가 그 꼴을 못 봐, 흰색 고양이를 버리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러다 고민 끝에 수도원 밭에 놓고 가면, 설마 수사님들이 어떻게 하시지는 않을까 싶어 딸이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그 길로 수도원에 와서 대나무 밭에 그 고양이를 두고는 줄행랑을 쳤답니다.


그런데 나는 주방 자매님의 다른 말은 전혀 안 들리고, 그 고양이를 인터넷에서 50만원을 주고 샀다는 말만 들렸습니다. 50만원 짜리 명품 고양이라! 사실 처음 그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 생각해 버리니,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만 보였습니다. 고양이의 양쪽 눈 색깔이 다른 걸 보고도, 꼬리를 몸 쪽으로 휘감고 앉아있거나, 먹이 줄 때 제 바지를 물거나, 안기려 할 때에도 ‘이 놈의 도둑고양이가 요상하게 별 짓을 다 하네’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50만원 명품 고양이라는 말을 듣자, “그래, 어쩐지! 앉아 있는 자세도 우아하게 앉더라! 털은 그래서 부드러웠나!” 나는 그 길로 지하실로 달려가 고양이를 안고 마당으로 나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니, 내 새끼, 명품 고양이!” 하였습니다. 참 우습게도….


혹시 여러분도 자신이 만든 선입견 때문에 지금, 누군가를 도둑고양이 취급하듯, 그렇게 대하는 사람은 없으신지요? 마음을 열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고 속 깊은 사람일 수 있는데,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내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그 누군가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은 없는지요? 고양이도 명품이 있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일까요!


내 안에 있는 선입견 하나씩을 내려놓을 때 마다, 우리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이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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