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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지혜

관계의 지혜


변경수 목사
동녘교회


중년을 사는 내게 ‘당신의 자녀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관계를 잘 맺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살 수 없고, 맺고 싶은 관계만 맺고 살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원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몇 년 전 교인 한 분께 진심어린 충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슴 뜨거운 마음으로 간절히… 그러나 그녀는 나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에 가서 울었고, 그 모습이 속상했던 딸은 자기 번호를 감추어 감정 실은 문자를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했던 말의 결과가 이렇게 되돌아오니 어이없기도 했고 관계에 대한 위축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 후 저는 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열정도 사라졌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은 무대와 같았고 저는 배우와 같은 관계맺기를 계속했습니다. 본심이 흐려진 관계는 긍정적 감정의 에너지를 방전시키며 서서히  공동체로부터 나를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방전의 끝은 어이없는 허망함이었습니다. 작은 감정의 싸움에 휘둘려 소중한 것들을 가꾸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없이 가여웠고 무기력했습니다.


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만 뿜고 살아도 잘 살기 어려운데 부정적인 에너지에 휘둘려 좌절하고 넘어진 나약했던 세월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에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뚜렷이 보았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관계의 부족’이었습니다.


사람은 반드시 관계를 갖는 존재라고 해서 ‘인간(人間)’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서 성숙해 나갑니다. 그래서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관계의 심리학’의 저자 이철우씨는 서문에 “관계가 어려운 것은 상대를 바꾸려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를 먹이는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닐 때가 많다. 관계가 제대로 돌아가느냐의 여부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을 때가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상대가 내 뜻대로 바꿔만 준다면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불행하게도 상대는 스스로를 바꿀 의사가 전혀 없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나를 바꾸는 것뿐이다.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우선 나를 바꾸어야 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쉽지않은 권면입니다.


자신을 바꾸는 힘이 자기 내부로부터 나오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신을 바꾸는 힘이 외부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바 신앙에 의한 힘에 의해서 말입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성경구절 중에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의 사랑에 관한 말씀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이는 바울이라는 사람인데, 그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잡아들였던 박해자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떤 계기로 예수를 믿게 되면서 예수에게 찾은 핵심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습니다. 이 사랑의 내용 중에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며’(고린도전서 13:7)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고백에 의한 실천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는 안되지만 신앙의 당위에 의해 자신을 바꿔가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늘 기도합니다. ‘모든 것을 덮어줄 수 있는 사랑을 내게 주십시오. 그 사랑으로 나의 트라우마를 치유해주십시오.’


인간관계를 고슴도치가 모여 사는 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너무 가까이 붙으면 서로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나고, 너무 떨어져 있으면 춥고 외롭고 해서, 찔리지 않을만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사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관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너무 멀어서 외면당하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받지 않을 적당한 거리를 찾아 유지하는 스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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