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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릴적 논 힘으로 살아간다지요

사람은 어릴적 논 힘으로 살아간다지요


제가 몸담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에피소드 ① 정호(초등 2년)는 아직 한글을 몰라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정호야! 다음 주 월요일에 영화 볼 거야.” (고음으로)“몇 밤 자야 돼요?” “글자를 빨리 익혀야 자막을 읽을텐데…” (저음으로)“그림만 봐도 난 알아요.”


에피소드 ② 한 아이(초등 6년)가 잠겨진 동그란 자전거 자물쇠를 주워왔습니다. 비밀번호를 모르기 때문에 버려야 할 것 같은데도 아이는 번호 풀기를 시도했습니다. ‘0000, 0001, 0002…’ 최대 만번을 돌려봐야 알 수 있는, 무모할 것 같은 일을 수시간 낑낑거리며 했습니다. 6천8백번이 넘어간 어느 지점에서 요술같이 자물쇠가 풀렸습니다. “목사님, 이럴 것 같았으면 9천번대부터 할 걸 그랬어요.” 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해맑은 모습을 보며 인생살이의 소중한 의무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생명돌봄’이었습니다. 내 아이만 돌보는 일을 넘어서서 다른 아이들도 내 아이같이 돌보는 일이 인생살이의 큰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에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전도서 3:12)”는 말씀이 있습니다. ‘기쁘게 사는 것, 선한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전도서 기자가 발견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부쩍 이 말씀에 공감을 합니다.


아이들이 기쁘게, 선한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고 어른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지고 어떤 어려움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려면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희망있는 사회’라고 합니다.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요즘 ‘경향신문’이 ‘고래가 그랬어’와 공동캠페인으로 벌리고 있는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이 화제입니다. 내용은 ‘①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합니다. ②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마음껏 놀기입니다. ③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게 성공입니다. ④ 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해야 좋은 세상입니다. ⑤ 교육은 상품성이 아니라 인간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⑥ 대학은 선택이어야 합니다. ⑦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입니다’입니다. 쉽지 않지만 실천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를 던져 준 것 같아 신선합니다.


대나무는 씨앗을 심은 후 4년 동안은 죽순을 달랑 하나 올려놓고 그대로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5년째에는 25m나 자란다고 합니다. 죽순 4년 동안은 성장을 위한 만반의 준비의 기간인 것입니다. 내공이 완성될 때까지, 임계점(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할 때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주며 도와주는 일이 어른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행나무를 한문으로 공손수(公孫樹)라고 합니다. 공(公)은 한문으로 “너”를 뜻하는 존댓말이고, 손(孫-손자 손)은 “손자”, 수(樹-나무 수)는 “나무”입니다. 그러니까 공손수(公孫樹)란 말을 풀이하면 “네 손자의 나무”가 됩니다. 은행나무에 이런 이상한 이름이 붙게 된 까닭은 원래 이 나무의 성장이 더디어 심은 뒤 3대는 지나야 열매가 맺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심은 은행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것은 손자이고 그런 까닭에 “네 손자의 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이현주 ‘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은행나무를 심는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대한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행복하게 자라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어두워졌다고, 밥 먹으라고 놀이를 훼방하는(?) 어른들이 지금도 못내 아쉬운걸 보면 노는게 참으로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왔다는 말도 있듯이 놀이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행복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노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 놀이가 될 수만 있다면, 일을 놀이로 만들 수만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입니다. 그런 능력을 겸비한 사람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보람이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변경수 목사
동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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