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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고통의 새로운 관계방식

명상과 고통의 새로운 관계방식

  

박성현 교수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즐거움 혹은 고통을 동반하는 자극에 대해 두 가지의 반응양식을 갖는다고 합니다. 첫째는 회피 혹은 투쟁반응입니다. 괴로움을 일으키는 자극 혹은 괴로운 느낌으로부터 도망가거나 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태도입니다. 불쾌한 감정이 일어나는 상황이나 대인관계를 피함으로써 괴로움과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원하지 않는 감정을 억제 혹은 억압함으로써 불쾌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려 합니다. 두 번째 태도는 집착반응입니다. 즐거움을 일으키는 자극 혹은 즐거운 느낌 자체를 유지하려하고, 불쾌한 기분 상태에 있을 때 즐거운 상태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태도입니다.


회피나 투쟁반응이 때로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일시적인 고통의 경감을 가져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집착반응 또한 긍정적인 기분을 지속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어렵고, 세상의 일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지나친 집착반응은 더 큰 괴로움을 낳게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경험의 회피’가 정신병리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양식이라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경험의 회피란 원하지 않는 감정이나 괴로운 생각 혹은 신체적인 통증들을 수용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 혹은 제거하려는 태도입니다. 엄격한 심리학 연구들에서 원하지 않는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억제하거나, 괴로운 생각이 떠오를 때 이를 피하는 방식은 오히려 없애고자 했던 감정과 생각이 더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적인 패러독스(mental paradox)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괴로운 경험들을 대하는 효과적인 반응양식은 무엇일까요? 명상이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명상은 고통을 가져오는 자극들 혹은 고통스런 감정이나 생각들에 대해 새로운 태도와 관점을 갖고 접근하려는 시도입니다. 괴로움에 대해 회피하거나 투쟁하거나 혹은 집착하는 대신 괴로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입니다. 고통스런 자극을 자신의 의식의 장에서 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대하고 머물도록 하며 자연스럽게 지나쳐가도록 허용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오히려 고통을 수용하고 초대하라니!


고통스런 자극에 대한 명상의 효과는 이미 임상적으로 확고하게 입증되어 있습니다. 존 카밧진 교수가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에 기초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은 만성통증,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장애, 섭식 장애 등의 치유에 효과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상적인 사람들의 정서조절이나 안녕감을 증진시킨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그것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을 피하지 않고 허용하면서,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사람들은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과 본질에 대해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는 예전에는 피하고자 했던 감정이나 생각이 실상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정신적인 사건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괴로운 감정이나 생각을 현실자체 혹은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의식의 장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정신적 현상으로써 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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