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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정 운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옛날 인도 코살라국이라는 나라에 파사익왕이 살았다. 이 왕에게는 매우 사랑하는 왕비 말리부인이 있었다. 어느 해 봄날, 따스한 햇볕 아래 앉아있던 왕은 왕비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입니까?”


“대왕이시여! 제게는 저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왕은 왕비에게 ‘제게는 대왕이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라는 답변을 은근히 원했었다. 왕에게 있어 왕비의 대답은 의외였다. 


왕은 조금 섭섭하면서도 왕비의 말에 수긍하였다. 파사익왕은 그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석가모니 부처님께 사신을 보내어 이 이야기를 전하고 ‘그 생각이 옳은지를 여쭈어 보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사신의 말을 듣고 ‘옳은 말이다’라고 전갈을 보냈다.


다음 날 왕은 부처님이 머물고 있는 사찰로 직접 찾아갔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었다.


마음 속, 어느 곳을 찾아보아도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내가 이러하듯 다른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제 몸을 아끼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남을 해쳐서는 안된다.        


요즘 인터넷 세상이다보니, 악플이 극성을 부린다. 실명을 쓰지 않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거짓 소문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퍼뜨린다. 신상 털기를 하는 등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또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와 다르다고 타 종교를 비방하거나 사찰의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타인을 훼손시키고 비방하는 행동은 칼과 창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매우 잔인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암에 걸린 사람의 고통보다 내 손톱 밑에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다. 그만큼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하나된 의식으로 전환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행복을 원하면서 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닌지, 나는 존중받기를 원하면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자신을 들여다보자. 피해자 입장에서, 왕따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해보자.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진심으로 우러나와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틱 †n 한과 법정스님이다. 베트남의 틱 †n 한(Thich Naht Hanh) 스님이 머물고 있는 프랑스의 자두마을에는 불교신자가 아닌 타종교인도 와서 명상을 한다. 종교를 초월해서 명상자를 받아들이는 틱 †n 한 스님의 사상 때문이다. 틱 †n 한 스님이 머물고 있는 상담실에는 예수와 부처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그림이 걸려 있다.


또 20여년 전 학인시절에 법정스님이 머물고 있던 송광사 불일암을 도반들과 찾아간 적이 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데, 스님 방에 관음보살과 성모 마리아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각 종교마다 가지고 있는 신념이 다를 뿐이지, 어떤 종교이든 인간을 위한 종교라는 것을 두 스님은 명확히 알고 실천하고 있다.


틱 †n 한 스님이나 법정스님께서 내 종교만이 최고라는 자만심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범종교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이 본 내용의 의도를 벗어난 듯한데 종교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 종교가 소중하면 타인의 종교도 소중한 법이요, 내 인격이 소중하면 타인의 인격도 소중한 법이다.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한 법이요, 내 물건이 소중하면 타인의 물건도 소중한 법이다. 이 세상에 그대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다. 그대만큼 소중한 사람이  없듯 모든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어느 노래 가사에 있듯 우리 모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교육자이며 철학자인 존 듀이는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the desire to be important)’라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기를 원한다는 뜻이요, 중요한 사람으로 주목받고자 한다는 뜻이다. ‘마태복음’에 전하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너희가 남에게서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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