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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문제다

생각이 문제다

  
박성현 교수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깨달음으로 가는 근본적인 작업은 마음을 쉬는 것이다. 정신의 기계가 멈출 때 모든 종류의 새로운 발견이 가능하다. 생각하는 능력은 훌륭하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 (Aurobindo, 1968)

  

최근 보도를 보면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합니다. 또 삶의 행복도 지수는 OECD 국가 중 맨 아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물질 만능의 시대, 끝없는 경쟁의 시대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힐링 열풍이 전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으로부터의 치유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일으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 예컨대 경제 양극화나 학력 위주의 경쟁 시스템 등을 바로잡아야 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우리에게 고통을 일으키는 내적인 요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인도의 요기인 오로빈도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깨달음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생각하는 능력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위대한 정신 능력이지만 한편으로 동물에게는 없는 다양한 심리적 문제와 고통을 인간에게 안겨주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마치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고 할까요.


생각의 본질은 일어나는 현상들을 비교하고 평가하며 과거의 기억과 지식을 동원해 미래를 추론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생각은 물질적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게 합니다. 인류가 건설한 문명들은 바로 이러한 생각하는 능력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생각의 능력은 우리에게 쓰라린 고통을 안겨다 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자책하고 비난하며,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며, 지나간 과거를 수치스러워합니다. 생각 덕분입니다. 한 치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경쟁과 비교의 상황이 펼쳐지면, 생각은 더욱 빨리 돌아가고 생각의 속도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몸과 마음은 병들게 됩니다. 과부하에 걸린 기계처럼 정신은 기능을 멈추고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우울증 연구자들에 따르면,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들은 불쾌한 신체나 마음의 상태에 대해 반추적인 사고패턴을 갖는다고 합니다. 반추적인 사고패턴이란 소가 여물을 반추하듯이 끊임없이 자신의 불쾌한 상태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습관입니다. 그런데, 불쾌한 상태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은 오히려 과거의 불쾌한 기억들을 자극해서 더 큰 우울감과 무기력을 가져오게 됩니다. 사소한 불쾌감이 급속도로 심각한 우울증으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생각을 멈춘다는 것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비교하거나 평가하거나 분석하려 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방황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현재 일어나는 것들을 그저 일어나는대로 바라본다는 의미입니다. 명상은 생각을 멈출 뿐 아니라 생각을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 많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흘러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생각의 늪속에서 허우적 거립니다. 때로 생각의 노예가 되기도 합니다. 생각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을 멈출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은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 위대한 창조와 자유로움을 선물해주는 인간의 또 다른 능력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걷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음식을 먹거나 걷고 있다면 생각의 늪속에 빠져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먹을 때 먹는 행위에만 마음을 모으고 걸을 때는 걷고 있는 자신의 발걸음에 집중해 보십시오. 잠시라도 생각을 멈추는 연습을 하다보면 생각이 어떻게 고통을 만들어 내는가에 대해 알 수 있게 됩니다. 진정한 휴식은 생각이 멈춰진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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