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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면 어떨까요?

잠시 쉬어가면 어떨까요?


정 운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는 천하를 정복할 당시, 아테네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정복자 알렉산더에게 무릎을 꿇었으나 디오게네스란 철학자는 알렉산더를 찾아오지 않았다. 기다려도 디오게네스가 오지 않자, 그는 부하를 데리고 찾아갔다. 가서 보니 한 늙은이가 몸에는 누더기를 입고, 머리는 언제 빗질을 했는지 산발을 한 채 나무통 옆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 나무통은 그의 소유물의 전부인데, 낮에는 어디를 가나 그것을 굴려 가지고 다니며, 밤에는 그 안에 들어가 잠을 잤다. 알렉산더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둘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알렉산더가 물러나지 않자, 디오게네스가 물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바라고 계십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길 바라네.” 
“그리스를 정복하고 난 다음에는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도 소아시아 지역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 다음은 또 무엇을 가장 원하는 바입니까?”
“아마도 온 세상을 모두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러면 그 다음은 또 무엇을?”
“그렇게 하고 나면 아마도 좀 쉬면서 즐겨야 하겠지.”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은 쉬면서 즐기시지 않습니까?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습니다. 당신은 곧 이 말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소이다.”
“아! 그러시다면 나는 지금 일광욕을 하고 있는 참인데 제발 폐하의 몸 좀 비켜주시오. 아까부터 햇볕이 들지 않는군요.”


알렉산더는 세계를 정복하려고 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33세에 열병으로 죽었다. 아마 이 글을 읽으면서 ‘알렉산더가 어리석은 사람이군’하면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알렉산더가 바로 우리들의 현 모습이다. 사람들은 알렉산더와 같은 명예와 땅을 차지하려고 온 힘을 기울인다.


정당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약자를 착취해 배를 불리고, 온 힘을 기울여 남을 짓밟아서 높은 지위를 얻으려고 하며, 올바른 인간관계가 아닌 이윤추구를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등 우리는 지나친 욕심을 부린다. 우리네 사람들은 탐욕으로 병에 걸리고, 탐욕이 만든 스트레스로 인해 삶의 진흙 밭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건전한 욕심을 내어 바른 삶을 지향하는 진보적인 욕심이 아니라 그 이상의 탐욕을 부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디오게네스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욕심내는 허영심의 욕망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한번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고 쉬어보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William Henry Gates, 1955~)는 현대를 살아가는 가장 바쁜 사람의 대명사일지도 모른다. 이런 그가 매년 두 번씩 전화나 인터넷, 인편으로 연락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완전히 두절하고, 일주일동안 혼자 은둔한다고 한다. 곧 싱크 위크(Think-week)라고 하는데, 바쁜 생활 속에서도 빌게이츠는 ‘일단정지’를 실행하고 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한 토막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고요한 밀림 숲속에 평화로움만이 가득하다. 토끼가 야자수 나무아래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는데 야자수 열매가 똑 떨어졌다. 머리에 떨어져 엉겁결에 놀란 토끼는 달아나면서 이렇게 외쳐댔다.
“세상이 무너진다.”


이 광경을 본 여우, 코끼리, 사슴, 양, 원숭이, 다람쥐 등 밀림의 동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 일제히 뛰었다. 사냥꾼이 지나가다가 다람쥐를 붙잡고 물었다. 


“왜 그렇게 모든 동물들이 뛰고 있습니까?”


“왜 뛰는지 나도 모릅니다. 남들이 뛰고 있으니까 무작정 나도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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