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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행복도 없고, 영원한 불행도 없다

영원한 행복도 없고, 영원한 불행도 없다

 

정 운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람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며, 내게 손실이 생기든 이익이 발생하든 간에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중도(中道)적인 삶이라고 한다. 즉 어느 한편에 쏠리거나 집착심을 갖지 않는 무심(無心)한 마음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첫째, 행복할 때도 있고, 불행할 때도 있다. 
둘째, 재물이 생길 수도 있고, 재물을 잃을 수도 있다. 
셋째, 타인으로부터 칭찬 받을 때도 있고, 비방 받거나 꾸짖음을 당할 때도 있는 법이다. 

  

보통 사람의 인생은 늘 기복(起伏)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기복에 마음여린 중생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돗단배처럼, 삶의 파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세상은 영원한 행복도 없고, 영원한 기쁨도 있을 수 없다. 그 반대로 영원한 불행도 없고, 영원한 슬픔도 없는 법이다. 그러니 어떠한 경계가 불어 닥쳐도 그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중도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기에 타인의 어떤 비방이나 불행에 흔들릴 필요가 없으며, 반대로 타인을 비방하거나 불행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인간은 영원한 패배자도 없으며 영원한 승리자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만물이 무상하고 공하기 때문에 우리가 비방하고 왕따시켰던 사람이 어떤 훌륭한 인물로 변신할지 모르고, 떠받들었던 인물이 언제 어떻게 추락하여 패인이 될지 모르는 법이다.  

     
삶의 어떤 기복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유명한 스님이 한분 있다. 일본의 중세 시대에 살다간 하쿠인(1685~1768) 스님이다. 하쿠인은 젊은 시절 산속에서 수행하였다. 아랫마을 사람들은 하쿠인을 훌륭한 스님이라고 존경하였고, 스님께 매일 공양물을 올렸다. 특히 두부장사 부부는 스님에 대한 신뢰감이 더욱 컸다.


그런데 이 두부장수에게 과년한 딸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시집도 안간 딸이 임신을 하였다. 화가 난 부부가 딸에게 윽박지르며 꾸짖자, 이 딸은 엉겁결에 ‘하쿠인 스님이 자기를 범했다’고 하였다. 이 부부와 마을 사람들은 하쿠인에게 크게 실망하였고, 사람들은 절로 찾아와 스님을 욕하고, 절의 물건을 부수었다. 이 때 하쿠인은 표정도 변하지 않고 ‘그러느냐’며 한마디뿐 이었다.


시간이 한참 흘러 아기가 태어났고, 두부장사는 스님께 욕을 하며 아기를 절에 놓고 가버렸다. 스님은 또 ‘그러느냐’는 한마디만 하고 아기를 받아 동냥젖으로 아기를 키웠다. 1년 정도가 흘러, 아기 엄마는 죄책감을 느끼고 부모에게 ‘스님이 범해서 아기를 낳은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 고백하였다. 이 말에 두부장수는 스님께 가서 사죄를 올리고 아기를 데려가겠다고 하자 또 ‘그러지요’하고 아기를 되돌려 주었다.


송곳이 주머니 안에 있으면 그 끝이 밖으로 뚫고 나오듯이 진실은 언제고 드러나는 법이다. 하쿠인이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현실에서 발생한 (불행과 행복한)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임으로써 그의 진실이 더욱 드러났던 것이다. 물론 그의 수행력에서 나온 힘이기도 하지만 굳이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심한 도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집착과 무심을 강조하다보니 옛 선사들은 열심히 수행하려고 힘쓰지도 말라. 그저 임운자재(任運自在)한데 맡겨 평상심을 가지라고 했던 것도 바로 불행이나 행복이라는 집착을 떠난 마음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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