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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마음의 상처

 

변경수 목사
동녘교회


다사다난했던 2012년이 저물어 갑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입니다. 시간은 후진이 없습니다. 오직 앞으로만 나갑니다. 시간은 선물과 같습니다. 공로가 없는데 주어집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시간 속에서 사는 건 축복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살아있다는 건 기적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사람이 물위를 걷거나 하늘을 나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진짜 기적은 땅위를 걷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적 같은 생을 누구나 행복하게 살길 원합니다. 시간은 좋은 추억의 흔적도 새겨놓지만 우리 마음에 상처를 새겨놓기도 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비방과 험담, 오해 등 말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추억은 살아가는데 행복한 기운을 더해주지만 마음의 상처는 두려움과 분노의 기운을 일어나게 해서 한발짝 더 나가게 하는 것을 막고 자신감을 잃게 만들어 스스로를 움츠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상처를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혜민 스님은 “프라이팬에 붙은 음식 찌꺼기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물을 붓고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져 나갑니다. 아픈 상처를 억지로 떼어내려고 몸부림치지 마십시오. 그냥 마음의 프라이팬에 시간이라는 물을 붓고 기다리면 자기가 알아서 어느덧 떨어져 나갑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고 썼습니다. 귀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줍니다. 그러니 참고 견디십시오’라는 말씀으로도 들립니다. 참고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마음의 상처는 빨리 치료할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요.


프라이팬의 음식 찌꺼기를 떼어내기 위해서 물을 붓고 더 나아가 불을 가열하면 어떨까요? 물이 시간이라면 불은 발설(고백)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아프고, 어떻게 아픈지 ‘말’을 하는 것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그에게 마음의 병을 가져왔고, 그것을 토해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위기 속에서 대나무 숲에서나마 소리 질러 마음 속에 있던 불편한 진실을 해소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는 것도 있지만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습니다. 긴 시간동안 마음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고통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마음의 상처 치유에는 시간과 더불어 적극적인 자기 치유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생 마음에 불편한 상처를 안고 사는 것보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약을 처방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은 아닐지요.


성경에 ‘헛되고 헛되다’는 말로 시작하는 다소 염세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전도서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전도서 3:12)는 말씀이 있습니다.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전도서 기자가 인생말년에 ‘이제 나는 깨닫는다’며 내 놓은 인생의 지혜 두 가지가 ‘기쁘게 사는 것과 좋은 일 하며 사는 것’입니다. 기쁘게 사는 것과 좋은 일 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살피는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상처로 인해 현재의 삶이 엉망이 되는 건 과거에 붙들려 사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내 귀한 인생이 발목 잡히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하루빨리 털어내는 것이 기쁘게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나이테라는 시입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상처는 흉터를 남깁니다. 극복된 상처는 나무의 결을 만들어내는 나이테처럼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더해 줄 것입니다. 내가 받은 상처도 있지만 부지불식간에 내가 준 상처도 있을 것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런 것들을 다 털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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