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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는 사람과 소통 농사 지으며 깨달아” 오광주 원장

“진료는 사람과 소통
 농사 지으며 깨달아”

 

일곱빛깔무지개 사람들

 

농사짓는 치과의사
오광주원장

 

5년째 농사일…인간·자연 소중함 깨달아
생태보호운동·신학대 다니며 전도사 역할도
동료 치의들과 건강한 삶 의미 공유하고 싶어

 

감자, 고구마, 땅콩, 깨, 상추, 토마토… 땅을 일궈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생명의 근원이며, 이 농사행위에 철학, 종교, 경제, 천문 등 모든 형이상학과 하악의 개념이 녹아 있단다. 그리고 이런 근본적인 일거리를 통해 깨달은 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라 했다.
어느 철학자의 가르침이 아니라 농사짓는 치과의사 오광주 원장(인치과의원)의 이야기다. 오 원장은 얼마 전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상을 수상하며 평소 삶과 직업에 대해 갖고 있던 깊이 있는 시선으로 주목받았다.

 

3면
   1천여평 ‘무농약 먹을거리’이웃과 나눠

 

“치과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이나 농부가 돼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이나 결국 모든 일의 근본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연 가까이서 일하며 이를 더 절실히 깨달은 것 같습니다. 자연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환자를 대하니 진료의 질이 높아질 수 밖에요.”  
오 원장이 농사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5년 전 귀농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기능학교에서 농사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본래 녹색평론 등의 활동을 통해 활발한 생태보호운동을 해오던 오 원장은 사람과 자연사이의 분열을 치유하는 과정을 고민하다 이론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갈증을 느꼈다.


“농사기술을 배워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일대에 1000여 평의 농지를 매입했습니다. 처음엔 서툴기만 하던 농사실력이었지만 그래도 고집스레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천연비료만을 고집한 결과 이제는 수확한 작물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오 원장이 농사를 지으며 느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청명하고 지혜로워지는 자신과 이웃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오 원장은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이웃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어느새 땅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인간의 모든 문제는 땅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현재 심각한 농토의 오염, 농촌경제의 파괴  등이 결국은 도시인들에게 피해를 줄 것입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와 그 근본에 있는 땅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땅을 일구며 느낀 삶에 대한 고민은 결국 오 원장의 본 직업인 치과의사로서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소중함을 농사를 통해 몸소 깨달은 오 원장은 예전보다 더욱 환자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정성을 다해 진료한다.
“어느 순간 진료가 스트레스가 아닌 사람들과의 통섭의 과정으로 느껴졌습니다. 대지를 통해 통섭이 가능하게 됐고, 실존적인 인간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깨달은 삶의 진리를 주위 동료들에게도 전하려 합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한 오 원장은 땅을 통해 깨달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다지기 위해 현재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주위의 동료 치과의사들을 보면 건조한 일상에서 오는 허무감을 탈피하기위해 술과 도박 등에 빠져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제 바람은 동료 의사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희망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이들이 건강한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각종 사회 모임에 가끔씩 강의를 나가고 있는 오 원장은 앞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원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삶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나눈다는 것은 나를 비우는 행위입니다. 수확을 하려고 감자를 캐다보면 그 모체인 씨감자 안이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도 남을 위해, 남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비우면 훨씬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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