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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조각 “행복한 삶을 엮어요”

조각 조각 “행복한 삶을 엮어요”

 

요리조리 잘라 붙이고 꿰매고
가방·이불 등 나만의 예술품 완성
일본서 퀼트 강사 자격증 취득
국제 전시회·첫 개인전 준비도

 

‘퀼트’ 전문가
  조희정 이호치과의원 원장

  

“어떤 이는 왜 멀쩡한 천을 조각조각 잘라서 다시 꿰매 이어 붙이는 단순하고 소모적인 일을 하느냐고 묻곤 하죠. 바로 자르고 이어 붙이는 그 과정이 ‘퀼트(quilt)’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불, 쿠션 따위에 누비질을 하여 무늬가 두드러지게 하는 것을 뜻하는 ‘퀼트’는 조희정 원장(전주 이호치과의원)의 13년 된 벗이다.


넓은 천의 어느 부분을 잘라 붙이느냐에 따라 때론 무게감 있게, 때론 상큼한 느낌으로, 또 어느 색을 맞추느냐에 따라 클래식한 분위기가 되기도 하고, 추상적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조 원장은 말한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도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냐에 따라 한 없이 지루할 수도, 모든 것이 감사의 대상일 수도 있듯이 천 조각 조각을 맞추는 이 순간 다음 순간을 바느질해 소중한 삶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가방, 지갑, 이불, 벽걸이용 등 각종 소품으로 실용적이면서 예술적인 가치까지 인정받고 있다.   


퀼트를 통해 큰 아이가 사춘기일 때 힘든 시기를 바느질 하면서 나를 진정시키고 아이를 다독거리며 무사히 넘길 수 있었고, 아울러 인생의 크고 작은 고비마다 적지 않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미술치료나 음악치료처럼 심리상담 치료에 퀼트를 접목시킨 경우도 만난 적이 있다는 조 원장은 “퀼트 작품에 자수도 중요한 것 같아 1년전 부터는 프랑스 자수도 조금씩 하고 있다”며 “퀼트의 완성도를 높이는데도 좋지만 큰 폭의 하얀 천 위의 구석에 조그맣게 놓인 여백과 어우러진 한 송이 꽃의 힘을 느끼면서”라고 고백했다.


최근에는 일본 문부성의 퀼트강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2년 6개월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다. 혼자만 즐기기 보다는 더불어 함께라는 욕심이 생겨서 훗날에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지다보니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니 좀 더 전문적인 활동을 위해 재능기부까지 생각하게 됐고 현재 퀼트 관련 소모임을 꾸려가고 있기도 하다. 나아가 기회가 되면 해마다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대규모 퀼트 전시회에 출품할 계획도 갖고 있다.


조 원장은 “치과의사인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처음엔 핀잔을 주던 남편도 집에 손님이 오기라도 하면 아내의 작품들을 설명하며 자랑을 늘어놓는다”고 웃었다. 남편과 함께 근무하는 치과 대기실에도 조 원장의 작품들이 다수 전시돼 환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단다.


“둘째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는 3년 후 즈음에는 첫 개인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어요. 특히 남편이 적극 후원해주기로 약속한 상태라 더욱 열심히 바느질을 하고 있지요”라며 작은 소망도 전했다.


온갖 색색의 천들을 이리 저리 맞춰보면서, 완성될 작품을 기대하면서 이어붙이는 작업은 경이로움마저 든다는 조 원장은 요즘 매일 저녁이면 걷기에도 열중이다. 이유는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도 퀼트를 하고파서~.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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