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아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

아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


변경수 목사
동녘교회

  

최초의 인간 아담이 홀로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 하나님이 어느 날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한 뒤 그의 갈빗대 하나를 뽑아 그것으로 배필을 만들어 주셨는데 아담은 배필을 보자마자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창세기 2:21-23)고 좋아하며 감탄 하였습니다. 아담의 이 찬사는 역사 이래 최고의 찬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해 봅니다. 나는 아내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아내가 ‘내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라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일텐데… 그런 아내를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대해왔는가 생각해보면 미안한 마음에 괜시리 숙연해집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후 가장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이 아내입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대부분이 잠깐의 인연이요, 스쳐 지나가는 만남인데 언제나 내 옆에 있는 오직 한 사람, 아내만은 가장 긴 시간 인연을 맺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20대부터 항상 내 곁에서 나의 삶과 함께한 단 한사람이 아내라는 사실을 떠올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목회하면서 늘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 있다 보니 내 삶의 오직 한 사람, 아내의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어머님이 밥을 챙겨주시고, 옷을 빨아주시며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우셨다면 커서는 아내가 밥을 챙겨주고 옷을 빨아주며 나를 돕고 있습니다. 뒷말이 날까 염려하지 않고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이 아내입니다. ‘당신 밥 먹었어, 핸드폰 챙겼어…’ 나의 안위를 염려하며 챙겨주는 오직 한 사람이 아내입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가끔 싸울 때도 있지만 곧 화해하고 다시 만날 수 있고 함께 삶을 나눌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이 아내입니다. 주변 인연의 끈들이 조각조각 끊어져 나가 없어지더라도 끊어지지 않고 삶을 이어가게 하는 오직 한 사람이 아내입니다.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만리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 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탔던 배 꺼지는 시간/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생략)’


이 시를 대할 때마다 내 주변을 둘러봤었습니다. 나에게 이런 친구가 얼마나 있을까하고 말입니다. 신학교때 스승이셨던 변선환 목사님께서는 ‘사람들은 죽을 때 이 땅에 와서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으고 얼마나 많은 업적을 쌓았는지 세어보지만 나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는지 세어보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주변에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그 친구들과 평생 동고동락하며 잘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내만한 친구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사람’을 ‘아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정 아내는 이 시에서 찾고 있는 그런 사람임에 틀림없는 듯 합니다.


아내는 ‘안의 해’라는 말로서 ‘내 안에 있는 해, 내 가슴에 있는 태양’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이겠지요. 결혼은 했지만 아내의 존재감을 잊고 살 때가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그래서 이 뜻을 잊지 않기 위해 아내를 ‘안해’라고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평생 인연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서로 다른 별나라에서 살던 이들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나 부딪치면서 서로 성숙하고 성장하라고 하늘이 부부의 연을 맺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내는 ‘내 안의 해’가 되는 귀한 존재로 자리잡는 것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성경구절을 인용하고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남편 된 이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골로새서 3:19)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