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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을 위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가는 곳마다 정원에 제초를 잘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뽑는데도,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이들은 알면서도 산책을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있지요. 그럴때 제 마음속에서는 말이 참 많아집니다. ‘왜 저렇게 자기밖에 모를까’


그대신 저는 화분에 물주기를 잘 못하고 그들 중 몇몇은 그것을 제 것처럼 보살필 줄 압니다. 그러면서 화분관리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밖에 모른다며 한심해 하겠지요.


사람마다 관심있고 좋아하고 능하고 밝은 분야가 다를 뿐이지 누구나 다 일정부분 남을 위해 자기를 내어주며 살아갑니다. 자기가 한 것은 잘 기억하고 남들이 하는 것은 잘 보지 못해 오해와 불평이 쌓이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을 공익심이 있다거나 이타적이라거나 훌륭한 태도라고 여겨져 왔고, 그런 태도를 길러야 한다고 가정과 학교에서 익히 배워 알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월등하게 남을 잘 배려하고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도 꼭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보면 모든 인간행동의 궁극 목적은 자기 좋자고 하는 것, 즉 이기적이라는 것입니다. 회사를 위해 밤낮으로 충성을 하는 것도 결국 회사가 잘 되어야 내 살길이 열릴 것이고, 그로 인해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도 깔려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서 시간, 돈, 젊음, 노력을 쏟아 붓는 것도 자식이 잘못되면 내가 더 힘들 것이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필을 만나야 내가 신경 쓸 일이 줄어들고, 자식 잘 키웠다는 뿌듯함이나 대리만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자기만족이고 자기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 위해 용돈 드리고 효도관광이나 손을 넣어드리는 것도 그래야 내 마음이 흡족하니까, 안하면 더 불편하니까 나 위해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남을 위한다는 행동의 저변에는 인정받고 칭찬받고 더 나은 대우를 기대하거나 자기만족을 위한 동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자기에게 도움이 되므로 그런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뿐입니다. 말하자면 나와는 무관한데 온전하게 남을 위해서만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애국지사도 성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쭐대거나 생색낼 일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할 일도, 희생만 하고 살았다고 한탄할 일도 실은 없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모든 행위가 자기를 이롭게 하려는 것이라 해도, 어떤 이기주의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난 받으면서 관계도 나빠지고 복을 다 까먹는 단촉하고 편협한 이기주의가 있고, 자기범주를 확장하여 인정과 존경을 받으며 복도 크게 받는 참된 이기주의가 있습니다. 부처란 세상 전체를 자기로 인식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 전체인 자기를 좋게 하면서 살기 때문에 복과 지혜와 능력이 한량없고 만생령의 존모를 받는 것입니다. 편협한 이기주의자는 갈수록 삶이 어려워지고 괴로움을 당하게 됩니다. 자기를 확장한 이기주의는 갈수록 마음이 편안하고 복이 쌓이며 세상을 미소 넘치는 낙원으로 만들게 됩니다. 


모든 행동이 결국 나 위해 하는 것임을 알아차려 마음에 아무런 그림자도 남기지 않는 순수한 동기로, 자기범주를 크게 넓혀 행한다면 내 삶도 나의 주변도 다른 차원의 평화가 펼쳐질 것입니다.

  

장오성 교무

원불교 송도교당

  

장오성 교무 프로필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 석사
·수원교당 부교무원, 불교신문사 기자
·배내청소년 수련원 부원장
·현 송도교당 주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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