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편견 없는 사람으로 살기

편견 없는 사람으로 살기


출가한 지 얼마 안 돼서 장애우가 모여살고 있는 소쩍새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는 후원금 횡령사건으로 인해 장애우에 대한 후원이 없어 더욱 힘든 때였다. 이럴 때일수록 더 가봐야 한다는 은사스님의 주장에 모두가 수긍하여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소쩍새마을의 첫인상은… 글쎄 뭐랄까? 약간 휑한 느낌도 들고, 불어오는 바람도 비릿하게 느껴지는 게 깔끔하지 못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경직된 태도로 서먹하게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였다. 여럿이 모여 있던 무리 속에서 웬 남자가 돌진하여 달려오더니 나를 털썩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그 당혹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주위의 모든 시선이 날 향해 있었다. 머릿속이 하얘진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사람을 떼어내려고 마구 밀쳐냈다. 하지만 그 친구 힘이 어찌나 센지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밀쳐내려고 하면 할수록 내 몸을 더 꼭 죄고 놓지 않았다.


그때 옆쪽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계시던 스님 하시는 말씀이 “가만히 있으면 된다. 니가 좋은가보다. 자비심을 갖고 어른처럼 굴어라.” 그러시는 거다. 그 당혹감이란….


할 수 없이 나는 죽은 듯이 눈을 감았다. 다행히 거기 선생님들이 그 친구를 달래며 억지로 떼어주셨다. 얼음장처럼 굳어있는 나를 보며 선생님들은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스님이 좋아서 그런가 봐요. 여기 친구들은 좋으면 무조건 달려들거든요”하는 거다. 제아무리 출가한 스님이라 해도 내가 감당하기에는 도력(道力)?이 딸린 것도 사실이다.


봉사활동이 끝날 때까지 그 사람은 계속 따라다녔다. 다른 선생님들이 무서운지 내 가까이는 오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과 있으면서도 시선만큼은 내게 와 꽂혔다. 봉사자가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마치고, 청소를 마무리한 후 얼른 돌아가는 버스로 향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 버스에 올라타는 나를 보며 엉엉 울며 좇아오는 게 아닌가. 어찌나 난감하던지….


몇 번을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주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울지 마세요.” 나의 약속을 믿지 않는 듯 그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 후 다시 찾아갔을 때 그는 그곳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훨씬 더 자연스럽게 성숙한 태도로 장애우들을 대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는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지만,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결정될 뿐이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지’라고 고민해봤자 소용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 외모만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편견 없는 사람으로 살기가 쉽지 않다.


병원의 의사선생님들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환자를 대한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병의 경중은 있을 수 있겠으나 늘 정성껏 환자를 돌본다. 나는 그들의 직업이 의사이기 때문에 꼭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한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는 경중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인간의 틀을 벗어날 수 없고, 더불어 사는 것만이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사는 길이니까 말이다.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인격의 시작임을 기억하자.


원 영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수아사리

관련기사 PDF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