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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정상입니다

다 정상입니다


장오성 교무


원불교 송도교당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와 말이 평상시에 물에 빠지면 말이 훨씬 잘 빠져나옵니다. 그러나 큰 홍수가 나서 물살이 거셀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말은 그 흐름을 거슬러가려고 용을 씁니다. 죽을 힘을 다해 1m 전진했다가 다시 밀려서 1m 떠내려가기를 반복하다보면 결국 탈진해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익사하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 소는 물의 흐름을 타고 계속 강가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면서 떠내려갑니다. 거의 땅에 가까워지면 발을 디뎌서 있는 힘을 다해 물에서 빠져나온다고 합니다. 거센 물의 흐름따라 2~3킬로미터를 떠내려가다가 결국 살아서 나옵니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순리에 맡겨두고 정신만 깨어있으면 새로운 살길이 열리고 더 나은 목초지가 나타날수도 있습니다.


살다보면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삶은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철든 사람입니다. 아무리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의 태도는 잘나가던 지난 날, 왕년(往年)을 깨끗이 잊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잘나가던 그때를 항상 자신이 돌아가야 할 정상적인 상태라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고통이 생겨납니다. 늘 그 상황을 그리워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잘못된 것, 문제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실의와 원망에 빠져 살게 됩니다.   


내 뜻대로 잘 안되는 지금도 정상이고 잘나가던 왕년의 나도 정상입니다. 모든 상황이 다 문제가 없는 정상입니다. 비오는 날씨도 정상이고 해뜬 날씨도 정상입니다. 정상적인 날씨, 바람직한 날씨는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만을 정상이라고 여기는 오직 ‘간택하는 생각’만이 문제입니다. 인생의 날씨도 자연의 날씨 변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맑은 날만이 아니라 태풍도 장마도 추위도 더위도 자연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입니다. 내 인생의 모든 일들도 내 영혼의 성장에 꼭 필요해서 오는 것입니다. 그냥 편안히 받아들이면 됩니다. 억지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결국 지쳐 쓰러지고 맙니다.


왕년이란, 말 그대로 갈왕짜, 지나간 날들입니다. 지나간 물, 지나간 시간은 그냥 지나가게 놔두고 지금의 상황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사는 사람이 힘있고 멋지고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옵니다. 운동선수들에게 슬럼프는 남을 의식하는 마음, 그리고 잘나가던 시절의 기억 때문에 온다고 합니다. 슬럼프를 벗어나려면 힘을 빼야 합니다. 남을 의식해서 더 잘하려는 마음과 왕년의 기억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서 이순간 집중력이 떨어져 평소의 실력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잊고 오직 지금에만 집중하면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럴때나 저럴때나 그에 맞춰 살면 날마다, 매 순간이 정상이고 좋은 날입니다. 어떤 날도 문제가 없이 완전한 날입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참으로 지혜롭게 잘사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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