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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Ubuntu)!

종교칼럼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한 인류학자가 부족 아이들 몇명을 모아놓고 경주를 시켰다. 평소 구경하기도 힘든 달콤한 딸기 한 움큼을 백미터 앞에 놓아두고 달리기에 일등 한 아이가 차지하게 하는 게임이었다. 통역사의 통역이 끝나자 아이들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출발 신호가 울리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손을 잡더니 다정하게 나란히 달려가더니 딸기를 하나씩 입에 물고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마냥 키득거리고 있었다. ‘일등하면 딸기를 다 먹을수 있지 않니?’ 당황한 백인 인류학자의 질문에 아이들은 오히려 이해가 안된다는 듯 일제히 대답했다. ‘우분투~~~다른 친구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혼자 행복할 수가 있다는 거예요?’

 우분투! 남아프리카 부족의 인사말로, ‘당신이 있어야 제가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이들은 만날 때마다 ‘우분투’하고 인사한다. 우리의 ‘안녕’이나 ‘안녕하세요’정도에 해당하지만 차원은 매우 깊다. ‘당신이 없으면 나도 없고 당신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수 있다! 너와 나, 우리 모두는 하나의 망으로 짱짱히 얽혀 뗄 수 없는 한 몸이다!’는 뜻이 담겨있다. 너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으로 직결될 터이니 모두의 행복을 위해 협력하지 않을수 없다는 정신이 스며있는 인사다.

‘우분투, 당신이 있어야 제가 있습니다’라는 인사를 하면서 도대체 싸움이라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그런고로 우분투 정신을 가진 이들은 싸움을 즐기지 않는다. 어떤 악행에도 폭력이나 화로 맞서지 않는다. 수많은 흑인들이 인종차별정책으로 모멸과 죽임을 당했던 남아프리카. 존경하는 자기네 흑인 운동가를 살해한 백인 보안군이 죄를 고백하자 법정 방청석에 있던 흑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그 살인자를, 백인들을 ‘그래도 용서한다’는 뜻이었다. 그 광경은 백인들의 심장을 흔들어 결코 흔들리지 않을것 같던 차별정책의 철벽을 무너져 내리게 했다. 넬슨 만델라를 배출시킨 사상적 배경도 우분투다.

우리의 예측을 완전히 뛰어넘는 위대한 우분투 정신은 남의 행복과 불행을 보는 시각에서 찾아진다. 우리는 내 이웃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요, 그의 불행은 때로 나의 행복이 되는 심정이 될때가 많다. 옆 사람은 잘됐는데 나는 안될 때 우리의 절망감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우분투로 사는 사람은 저 사람이 잘되고 유능하다해서 위기 의식이나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가 잘 되면 그와 하나로 연결된 나도 더 좋은 수준의 집단에 속하게 된 것이라 여겨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한다. 같은 원리로 다른 사람이 굴욕을 당하거나 잘못되었을 때도 자신이 당한 것과 같이 느끼며 기꺼이 돕는다. 잠간 봉사활동 하면서 ‘그래도 나는 낫구나’ 하며 상대적 만족을 삼는 차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경지이다.

남과 나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끊어짐 없이 이어져 있어 각각의 마음과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전체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 내가 곧 세계 전체이다. 내가 오늘 행복하면 적어도 주위 평균 5명이 함께 행복해진다는 통계가 있다. 나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 자체가 세상을 좋게 하는 선행이 된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장오성 교무
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