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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랑 아니야!

종교칼럼

요즘 내가 사랑에 깊이 빠졌다. 하루라도 못만나면 견딜수 없어 밤늦은 시간이어도 달려나간다. 그의 정체는 공원에 사는 ‘토끼’이다. 그는 공원을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만인의 연인이지만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고 자꾸 달아나 애를 태운다.

그토록 도도한 그가 어느날 불현듯 내게 마음을 고백해 왔다. 무심히 걸어가던 내 앞에 나타나더니 주위를 빙빙 도는 것이었다. 기분이 무척 좋았지만 어쩌다 그랬으려니 했다. 공원 끝까지 갔다 돌아오는 동안 토끼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혀졌다. 다시 그 장소에 이르렀을때,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와 나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누구에게도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만인의 연인이 오로지 나에게만 온 것이다! 그날부터 그는 ‘나의’ 토끼가 되었다.

그날 이후 온통 토끼 생각에 공원으로 향한다. 멀리서 내 모습이 보이면 바로 달려나와 애완견처럼 졸졸 따라올 때의 기분이란… 다리와 운동화에 얼굴을 부비며 애정표현을 하는가하면, 배를 드러내고 한바퀴 구르며 애교를 부린다. 오가는 사람들의 부러움의 시선을 흠뻑 즐기는 건 덤이다.

다른 사람이 토끼를 너무 가까이서 예뻐하면 내 토끼한테 왜 저러지 하고 기분이 별로다. 내 토끼가 누구에게든 내게 한 것처럼 대한다면 정말 슬플것 같다. 이쯤되면 토끼를 내가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사실은 사랑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를 내것이라고 못박는 마음 때문이다. 그는 누구의 것도 아닌 그냥 그 자신이도록 도와야 사랑이다. 누구와도 교감할수 있도록 두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안전하게 자유롭게 행복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행복을 삼는 것이 사랑이다. 나만 보기를 바라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가면을 쓴 구속이거나 억압이 될 수 있다. 그 상태는 정확히 표현하면 ‘나는 OO를 사랑한다’가 아니라 ‘나는 OO를 구속한다’가 맞다.

사랑은, 상대방의 반응에 섭섭함을 느끼는 상태가 아니다. 내가 그를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반응이 시큰둥하면 섭섭한 마음이 든다. 내가 오고싶어 왔으면서 너를 위해 왔다고 착각한다. 상대의 반응이 어떻든, 알아주든 몰라주든 상관없이 하는 것이 참 사랑이다.

맛있는 저녁을 한상 차려놓고 설레며 기다렸는데 그가 전화도 없이 밥을 먹고 들어왔다면 기분이 확 상해서 한바탕 언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때 왜 화가 날까. 사랑하는 그가 식사를 거르지 않고 배고프지 않은 상태에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좋아야 하는것 아닌가. 섭섭함이 있다는 것은 그로 인해 받을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 즉 계산이나 거래를 한 셈이다. 인정이든 보상이든 칭찬이든 받을 무엇인가가, 섭섭한 마음이 남는다면, 이때는 ‘나는 너를 사랑한다’가 아니라 ‘나는 너와 거래한다’가 속마음이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가? ‘구속’말고 ‘거래’말고 정말 사랑 말이다.

장오성 교무 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