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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의 비밀

종교칼럼

우주의 비밀 하나를 누설할까 싶다. 이 세상에 있는 무엇이든 그것을 소유하고 싶다면, 주인이 되고 싶다면 ‘원하는 그것’을 ‘사랑’하면 된다! 무조건 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물질이든 기운이든 무엇이어도 그렇다. 원하는 대상을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면 바로 내것이 된다는 엄청난 비밀, 이것이 사실일까?

정말 맘에 안드는, 심지어 내 옆에서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게 딱 붙어서 끈질기게 챙기고 온통 위해준다면 지겹고 더 싫다고 여겨질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그가 애정표현의 대상을 다른 쪽으로 옮겨버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왠지 울적하고 허전하고 자꾸 신경 쓰이고 결국 이상하게도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때 만약 그가 다시 나를 향해 다가온다면 달콤한 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밀당’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숱한 인연들이 이 밀당의 원리에 의해 맺어져 왔을 것이다. 우주적 비밀이 적용되는 증거다.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게 되면 사랑을 받는 존재의 에너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을 주는 존재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기울어진다. 그러다 갑자기 사랑을 걷어버리면 기대어있던 에너지는 의지처를 잃고 휘청거리는 것이다. 사랑을 받는 존재의 기운은 사랑을 주는 존재에게 무의식 속에서 소속된다. 말하자면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그것의 에너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온전히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렇게 사랑이란 주는 이가 힘을 갖는다.

엄마가 자기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하듯이 어떤 이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인류 전체에게 똑같은 사랑과 관심을 주기도 한다. 간디나 테레사 수녀를 비롯하여 성자라고 부르는 이들의 삶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영향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류 전체를 내몸처럼 여기고 대자대비를 베풀었기에 인류는 기운으로 모두 그분들께 의지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류는 성자들에게 소속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아끼고 사랑하고 관심을 갖는 대상이 무엇이든지 그것의 에너지는 사랑을 보내는 이에게 향한다. 꽃을 사랑하면 꽃이, 동물을 사랑하면 동물이, 산을 사랑하면 산이, 술을 사랑하면 술이 그에게 향한다. 늘 관심갖고 생각하는 그것이 나의 소속이 되고 내 자신을 형성해간다. 그것이 우주여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나의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진리와 우주와 자연으로까지 확장되면 그것들이 내것이 되어서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기대없이, 조건없이, 그냥,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보라. 그것들이 내게 소속되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조건없이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