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기러기 가족처럼

종교칼럼

‘기러기 울어 예는’ 가을 하늘은 숙연한 인생 학습장이다. 얼핏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풍경이지만 기러기가 행렬을 이뤄 비행하는 그 깊은 철학을 알고 난 후, 기러기의 행렬을 보면 울컥 눈물이 솟기도 한다.

기러기는 겨울을 나기 위해 추운 지방에서 따뜻한 남쪽으로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 무려 4만킬로미터가 넘는 엄청난 거리를 거친 바람속을 가르며 목숨을 건 비행을 감행한다. 이들은 흔히 시옷자 대형으로 무리를 형성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러기 비행의 철학과 과학이 바로 여기에 숨겨 있다. 앞에서 날고 있는 동료의 날갯짓으로 인해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70%이상 날아오르는 힘을 쉽게 할수 있단다. 그래서 당연히 제일 힘든 이는 선두기러기이다. 많든 적든 일행을 인도해야만 하는 책임을 진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중력을 온몸으로 받으며 외롭고 힘겨운 비행을 하는 존재다.

그런 선두를 위해 기러기들이 합창하듯 내는 소리가 있다. 끼룩끼룩 끼룩끼룩~ 이것이 바로 선두에서 날고있는 대장에게 지치지 말라고, 당신의 수고로움으로 인해 수많은 기러기가 뒤따라 날고 있다고,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소리란다. 때때로 지친 선두를 위해 바로 뒤따라 날고 있는 기러기가 교대해주며 머나먼 비행은 계속 이어진다.

먼 거리를 비행하다보면 지치거나 병들거나 총에 맞아 대열에서 이탈하는 동료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이들의 동료애는 극에 달한다. 땅에 떨어진 동료를 결코 혼자 남겨두지 않고 두 마리의 기러기가 대열에서 함께 떨어져나와 아픈 동료의 치유를 돕거나 최후까지 함께 있어준다고 한다. 그런 다음 다른 무리에 합류하여 가던 길을 이어 간다고 한다.

한 가정을 비롯하여 크든 작든 선두기러기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 방식이 다소 서툴더라도 선두의 날개를 더 무겁게 만들지 말고 끼룩끼룩 응원하며 인생의 긴긴 여정에 동행하는게 어떻겠냐고 가을 하늘의 기러기는 말하는 것 같다.

늘 주위를 돌아보아, 힘겨운 고비에 지치고 웅크리고 있는 인연들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가 다시 힘차게 일어설 수 있도록까지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고 한 수 가르친다. 혼자 앞서려는 마음도, 비난도 이기심도 다 내려놓으라 한다. 인생의 따뜻한 남쪽나라를 향해 날고 있는 동행자들에게 ‘애쓰지, 고생하지, 힘내자, 우리가 함께한다’를 담은 끼룩끼룩을 하루종일 합창할수 있어야 한다고 하늘에서 지휘한다.

달밝은 가을 밤에 울려퍼지는 끼룩끼룩은 더 이상 기러기의 소음도 단순한 의성어도 아니다. 그 어느 합창보다도 숭고하고 심오한 멜로디며, 어느 언어보다도 완전한 소통의 상징이다.

이제 언제든 행렬을 이뤄 날아가는 기러기 가족을 보면, 그들의 끼룩끼룩 응원소리를 들으면, 손을 흔들어주며 잠시 마음을 담아 끼룩끼룩을 덩달아 외쳐주고 싶어진다. 이어서 이런 말도 들려주면 더 좋겠지. ‘기러기, 그대들 참 멋진 친구들이야. 힘내, 끼룩끼룩….’

장오성 교무/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