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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게 지냅시다

종교칼럼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님의 시입니다. 그래요.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어도 새해는 기적처럼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졌군요. 기적같이 맞이한 이 새해를 모든 존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며 살면 참 좋겠습니다.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은 사이 間자가 들어간 낱말들, 시와 시 사이 時間, 곳과 곳 사이 空間, 사람과 사람 사이 人間과 잘 지낸다는 뜻이 있습니다. 

  시간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사람은 모든 시간에 대해 차별하지 않습니다. 시간과 사이가 나쁘면, 어떤 시간은 하찮고 쓸모없다고 여기면서, 더 중요하거나 더 좋아하는 시간에만 매달려 삽니다. 지나버린 시간이나 앞으로의 시간에 마음이 뺏겨 있게 됩니다. 실상, 시간이란 지금 순간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죠. 있지도 않은 시간, 즉 허상에 속아서 삶을 괴롭게 만듭니다. 걸음걸음마다 더 중요한 움직임과 하찮은 움직임을 계교하지 않고 온전히 집중하면 근심걱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공간과 사이가 좋은 사람은 어떤 공간이든 간택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어디 살 때는 참 좋았는데 이 집은 별로라거나, 어느 직장에 있을때가 좋았다거나 하면서, 몸이 머무는 공간들에 대해서 간택하는 마음이 있으면 공간과 사이가 나쁜 것입니다.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은 무정물이라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공간의 구성요소들은, 아무리 단단한 철강이라 하더라도 단 한순간도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찰라찰라로 움직이면서 변화합니다. 변화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공간을 거부하고 싫어하면 공간도 우리에게 똑같이 반응합니다. 차를 타거나 거리를 걷거나 어느 가게를 들어가거나 그 공간을 좋다 싫다 간택하지 않고 정답고 고맙게 받아들이면 공간도 내게 좋은 기운으로 답해줍니다.

  마지막은 인간과 사이좋게 지내는 일입니다. 사이좋게 지내기 가장 힘든 사람은 바로 자신입니다. ‘나는 나의 이런 면은 좋고, 이런 면은 싫어~’하면서 자신 안에 행하는 자기와 평가하는 자기 사이에 싸움이 일어납니다. 자신과 사이가 나쁜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과도 사이좋게 지내기 참 어렵습니다.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데 있어 핵심은 기대하는 마음을 놓는 일입니다. 기대는 고통의 다른 이름입니다. 자신에게도, 가족, 친구, 윗사람, 아랫사람,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자동 설정 됩니다. 그 기대들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불편해지고 사이가 나빠집니다. 모든 기대하는 마음은 남들에게 나의 행과 불행을 좌우하도록 주도권을 내어주는 행위입니다. 남으로 인해서 내가 웃고 울고 한다면 참 부자유하고 불행한 사람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기대하는 마음을 완전히 제로상태, 아니, -100점에 기준점을 두고 삽니다. 누가 내게 이렇게해도 저렇게해도 나의 행불행을 좌우할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을 비롯해서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