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금연 운동과 치과의사

월요시론

흡연은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지만 담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이러니 하게도 담배(tobacco)는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었다. 아메리칸 인디언은 담배가 상처를 치료하고 치통을 완화하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믿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 의해 담배는 16세기 유럽에 급속도로 전파되었고 다양한 치과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1874년 미국에서 상품화된 ‘Dental Snuff’는 snuff(코담배)와 chewing tobacco(씹는 담배)에 소독제 또는 제산제로 추정되는 물질을 첨가하여 만든 제품이다. 이 담배는 치통, 신경통과 괴혈병에 효능이 있다는 엉터리 광고가 배포되었고 심지어 충치를 예방하고 치아 미백 효과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황당한 제품의 개발자가 볼티모어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 Robert Morgan(1844-1904)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나니 기가 막힌다.

현재는 흡연이 폐암, 심장병, 구강암 발병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입증되어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금연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금연 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치과의사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봄으로써 지금 의료기관에서 시행중인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 사업의 중요성을 고취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원전 6000년 무렵 담배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재배되었듯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금연 운동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치과의사 Charles G. Pease(1854-1941)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뉴욕 지하철과 지상 전차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가 제정되었다. Pease는 금연법 제정에 만족하지 않고 한 술 더 떠 지하철역을 배회하면서 흡연을 하는 범죄자들을 경찰에 신고하였다. 미국인의 투철한 고발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치과계의 금연운동 또한 역사가 깊다. 1997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총회는 금연을 주요 주제로 다루면서 smoking·free 총회로 명명되었다. 아울러 2002년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치과연맹(APDC) 총회에서도 금연시민운동이 전개되었다.

윤흥렬(1941-2008) 박사는 2001년 FDI 회장 선거에서 금연 캠페인에 대한 열정으로 대의원들을 감동시킴으로써 한국인 최초로 세계치과의사연맹 회장에 당선되었다. 2002년에는 FDI의 승인을 얻어 ‘No Tobacco’라는 금연 씰(10매 1세트 : 가격 1불)이 대한민국에서 제작되어 개발도상국 구강건강지원 마련을 위해 전 세계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판매되었다.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1987년에 제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기념일을 알게 되어 신기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달력에 5월의 모든 기념일은 친절하게 적혀있는데 유독 ‘세계 금연의 날’만 빠져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금연 정책이 아쉽게 느껴지며 빠른 시정을 기대한다. 이러한 디테일이 비록 작은 걸음처럼 보이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되듯이 이런 노력이 모인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