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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는 칫솔을 팔지 않는다

월요시론

오래 전 학부에서 배웠던 Stephan’s Curve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것이다. 식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산도가 낮아져 구강 내는 산성이 되며 그러한 산성환경에 법랑질의 부식, 즉 탈회가 일어난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타액에 의해 구강 내가 다시 중성이 되며 칼슘 등의 무기질이 치아의 표면에 재부착되며 재광화가 일어난다. 치과대학을 졸업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험문제로 만났을 Stephan’s Curve에 대해 개원의로 살아가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구강내의 산성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후 빠른 시간 안에 음식물 잔사를 제거하는 것이다. 제거되지 않은 음식물 잔사로 인해 구강내의 산성도가 유지되고 그러한 산성환경이 오래 지속되면 소위 충치라는 질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아건강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치과에서의 수복치료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칫솔질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과에서는 칫솔을 팔지 않는다.

치과의사는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입을 창출할 수 없는 일종의 노동직이다. 그러한 이유로 주식에 투자하기도 하고 다른 직종에 대한 막연한 선망을 가지기도 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수입이 생기는 부자아빠를 늘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가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피부과의 대부분은 화장품이나 관리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진료과에서도 연관된 제품이나 도구 등을 판매한다. 동물병원에서도 여러 가지 용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유독 치과의사만 이 부분에서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칫솔이나 치약 등의 구강위생용품은 홍보물품으로 나눠주는 것이라고 여기거나 고가의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무상으로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칫솔을 판매하지 않는 치과와 달리 기타 연관된 용품을 판매하는 다른 진료과의 제품 판매 수익은 예상하는 것과 달리 제법 크다.

또한 자신의 지갑을 열어 구입한 물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태도는 무료로 받은 제품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스스로의 치아건강을 위해 일정한 비용을 투자한 경우가 무료로 칫솔을 받은 경우보다 자가관리에 훨씬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결과는 치과의사가 환자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칫솔 등을 판매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매일매일 스스로 관리하는 습관이 충분하지 않다면 치과에서의 시행하는 치석제거술 등으로만 치아건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모든 치과의사가 동의하는 사실일 것이다.

아울러 치과의사의 생각과는 달리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대다수는 전문가로부터 구강위생용품을 처방 받고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교육받기를 원한다. 이러한 의료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며 나아가 개원가가 어려워지는 원인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필자는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구강위생용품을 직접 구매하고 검증하여 우리 치과만의 구강위생용품을 라인업하고 판매정책을 수립하였다. 상당히 높은 품질의 고가의 용품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환자로부터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오가는 길에 칫솔이나 치약을 사러 들리는 환자들도 꽤 많아졌다.

동네치과가 인근의 환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서고 또 그들의 치아건강을 위해 외과적인 치료 술식보다 자가관리에 매진하는 모습은 소위 충성고객을 늘리고 기존 환자의 이탈을 막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최근 치협에서도 치약 등 구강관리용품의 합리적 가이드라인과 협회 차원의 의견 제시를 위한 전문가 그룹을 최근 발족했다고 한다. 산하 자재·표준위원회는 ‘구강관리용품 기준 마련을 위한 소위원회’(이하 구강관리용품소위)를 개최하였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한 일이다.

원장실에서 컴퓨터화면으로 주식 그래프를 보며 부자아빠를 꿈꾸거나 무언가 다른 일을 시작해 내가 움직이지 않고 수입을 만들려는 헛된 시도를 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공간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추가적인 수입을 얻으면서 치과의 이미지와 마케팅 그리고 국민의 구강보건향상까지 얻을 수 있는 치과 내 용품판매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