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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齒牙)의 의미

월요시론

제70회 ‘치아의 날’ 행사를 위한 휴진 안내문이 필자가 속한 치과의사회로부터 배송되었다. 유독 숫자 70에 눈이 간다. 1946년 조선치과의사회가 6월 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정한 이후로 어느덧 70번째 구강보건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다. 2015년 치아의 날은 사람 나이로 치면 종심(從心)이다. 종심은 마음 가는 대로 행하여도 어긋남이 없는 경지, 즉 남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나이를 말한다. 종심의 나이처럼 제70회 치아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국민들에게 ‘치아사랑’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6월 9일이 치아의 날인 이유는 ‘6세 구치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해방이후에 지정되었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은 6월 4일이 대한민국 치아의 날과 비슷한 ‘충치예방의 날’이다. 충치가 일어로 ‘무시바’인데 ‘무’는 숫자로 6이고 ‘시’는 4이기에 그냥 6월 4일이다. 아픔의 역사는 치아의 날에도 투영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6월 4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구강 보건 행사가 시행되었고 해방전까지 지속되었다. 생활속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자 하는 선학들의 지혜가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치아는 이 치(齒)와 어금니 아(牙)로 구성된 한자어다. 어금니아는 구치부이기에, 이치는 전치부일 거라는 짐작은 간다. 치(齒)는 입 구(口)안에 상, 하악 전치부가 배열된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에 그칠 지(止)가 더해져 형성문자가 되었다. 아(牙)는 상하악의 어금니가 서로 맞물린 모양을 본 뜬 상형문자이다. 이병태 선생님은 치아의 의미를 간결하게 정리하셨다. 치(齒)는 Oral & Maxillofacial이고 아(牙)는 Occlusion이다(치의신보 2014년 7월 8일).

치(齒)는 입구(口)에 그칠 지(止)가 얹혀 지면서 완전한 글자가 되었다. 환자의 구강만 진료하면서 멈춤을 모르는 치과의사는 불완전한 직업인이 될 수 있다. 치(齒)에 새겨진 대로 멈춤을 알고 실천해야 완전한 치과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치과에서도 생활에서도 ‘멈춤’이 필요하다. 불현듯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각난다. 제목에 메시지가 충분히 녹아있어 책을 읽지 않고도 스님의 마음이 전달된다.

치(齒)에는 위아래로 사람 인(人)이 두 개씩 있는데, 앞에서 상, 하악 전치 모습이 묘사된 문자라고 설명하였다. 수많은 문자 중에서 왜 하필 사람인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추론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어떤 것을 강조할 때 보통 3번을 말한다. 치(齒)에는 사람이 4번이나 있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의과대학 병원 입구에 ‘생명존중’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을 본적이 있는데 치과의사 마음속에 ‘사람존중’을 새겨보면 어떨까 싶다.

치아의 의미만큼 치아의 기능(저작, 심미, 발음)도 중요한데 어쩌면 임상에서 간과하고 지내는지 모른다. 저작의 소중함은 ‘이가 자식보다 낫다’는 속담이 잘 대변해준다. 미인을 설명하는 고사성어 명모호치(明眸皓齒)와 단순호치(丹脣皓齒)에서 치아의 가치가 빛을 발휘한다. 마지막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밝혀진 기초 자음인 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만 보아도 발음에서 치아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치아의 의미에 심취하다보니 유행가 한 대목이 절로 흥얼거려진다. “당신 사랑하는 내 당신 둘도 없는 내 당신, 당신 없는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이 가사에서 당신을 ‘치아’로 개사하여 불러도 아주 자연스럽게 들린다. 치과의사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말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