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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카소다

종교칼럼

피카소의 그림은 어렵다. 보면 바로 이해가 되는 그림이 아니다.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피카소 그림과 같이 난해한 머릿속 그림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자기 머리에 떠오른 그림, 즉 생각을 중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말을 하고 행동한다.
 
휠체어에 의지하시는 연로한 부모님께 추억을 쌓아드리자고 우리 자매들은 서로 맞추기 힘든 시간을 내어 효도여행을 다녀왔다. 두 분의 병수발과 함께 먹고 자는 일에 관련된 일들이며 유익한 프로그램이며 운전 등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만나면 서로 알아서 척척 일이 될 것이라 여겼던 내 생각은 그냥 내생각이었다. 내 눈에는 이 상황에서는, 그리고 다음엔 무엇을 해야할지가 훤히 보이는데 다른 자매님들은 그냥 여행 온 사람들처럼 대접만 받는것 같았다. 눈짓을 해도 굼뜨게 움직이거나 왜 하냐고 반문할 때는 답답함에 인상이 일그러졌다.

내게 생각이, 그림이 떠오르는 순간 그것이 저 사람의 머리에 같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거나 그래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이것 정도는 보여져야 하는것 아닌가? 왜 안보여? 하는 비난의 마음이 섞여서 말이다. 내게 떠오른 생각은, 내게만 보이는, 다른 사람의 머리에는 전혀 없는 미지의 세상, 혹은 피카소의 그림이다. 차근차근 설명해주면 될걸 가지고 안보이는 그들에 대해 답답해하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인양 대했을 것이다. 내 머리에는, 이것 다음에는 이것,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 그림이 떠오르는 바로 그 순간에, 다른 자매들은 오랜만에 모였으니 편하게 앉아 담소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같이 단체생활하며 훈련으로 수십년을 단련되어 온 사람들과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일하는 데에 차이가 나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 이 순간도 사람들은 특성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며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 그림에 옳고 그름을 말하긴 어렵다. 남들 입장에서는 그냥 다 피카소의 그림일 뿐이다. 상대방의 머리그림을 알지 못하면서, 자기 그림을 중심으로 그를 판단하고 세상을 향해 문제라고 호통친다. 어떤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머리에 그려지는 그림은 다를 것이다. 신참들을 내 그림대로 몰아붙이거나 책망하면 서로 관계만 상한다. 피카소의 그림이다. 상세한 설명이나 매뉴얼 없이는 상대방은 자기 그림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도 마찬가지. 자기 머리그림이 스스로 익숙하니 저 사람도 당연히 알면서 일부러 안한다 여기고 잔소리하며 답답함에 가슴을 친다. 백발백중 달라지는 것 없이 서로 불편해지기만 한다. 아이들의 머리에는 놀고자 하는 그림만 가득하다. 공부와 정리정돈과 예의바름을 소재로 한 부모라는 어른의 그림에 맞추려니 삶이 버겁고 충돌은 잦아진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피카소의 그림이다. 나밖에 보이지 않는 나만의 그림이라 상대방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전제를 달고 사는게 좋다. 우리는 다 피카소이기 때문이다.

장오성 교무 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