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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치과의사의 고백

월요시론

엉성한 행동 때문에 항상 야단을 맞고 살아온 저는 얼떨결에 치과대학에 들어왔고 겨우겨우 졸업했습니다.

졸업하는 데는 7년이 걸렸고 개원하기까지는 졸업후 12년째가 되어서야 이루어졌습니다.
노력하고 애를 써보지만 저는 저 스스로를 엉터리라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그때 가장 마음이 편합니다.

마음에 두고 있으면 말로 나오지요.
“선생님 어제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임시치아가 혀를 긁어서 고생했어요.”
그럴 때면 예전 같으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당혹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가 만들어서 그래요… 곰손이거든요…^^”라며 말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분도 웃고 그때 저는 모자란 부분을 보충합니다.
“역시 여기저기 구멍투성이인 치과의사네요”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면 환자분은 기가 막혀하시면서 웃습니다.

한 때는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들이 저는 엉터리라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손이 둔했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제 마음속 욕심은 남달라 보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보다 좋은 남편이고 훌륭한 남편이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평가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사회는 누군가의 평가에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성적에 좌절하기도 하고 낙심하기도 합니다.
사회인이 되면 금전적으로 이루지 못한 것이나 뛰어오른 집값을 생각지 못하고 제때(?) 집을 구입하지 못했거나 학문에서 명성을 얻지 못했거나 소유가 부족하거나 한 것을 수없이 남들과 비교합니다. 그리고 주위의 평가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이웃과 경쟁하기보다 함께 생활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에게 “그 치과의사 선생님은 저보다 더 훌륭하십니다”라는 말을 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분은 이런 이런 부분에서 참 멋있는 분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그 분은 이런 일이 있었을 때 이렇게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웃을 경쟁상대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웃의 허물을 지적하고 캐내고 멀쩡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의 대표들을 비난합니다. 때로는 없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봅니다.
“보다 그럴듯한 논리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어…”
“일을 이따위로 하다니…”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모자란 점을 지적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장점이 있는가 하면 단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엉터리 치과의사라는 말이 마음에 듭니다.
엉성한 듯하지만 엉성함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청국장 할머니께 외과적 정출술을 해주면서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제 손이 엉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할머니 덕분에 맛있는 것 많이 먹게요….”
할머니는 종종 간장이며 막장이며 각종 요리를 이웃사람들에게 나누어주십니다.
용호동의 100짜리 고스톱 치시는 오랜 이웃에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