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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몇 번째 원숭이인가?

월요시론

60여년전 일본 연구소의 한 실험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1952년, 일본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규슈의 미야자키현의 고지마섬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이 무인도에 서식하고 있는 원숭이들에게 고구마를 던져주고 이들이 어떻게 고구마를 먹는가를 관찰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원숭이들은 흙을 털어내고 고구마를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18개월 가량 된 젊은 암컷 원숭이가 강물에 고구마를 씻어먹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원숭이는 연구원들이 강물에 고구마를 씻어먹는 모습을 흉내 낸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간에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먹는 모습을 보고 다른 젊고 어린 원숭이들과 어미 원숭이들이 하나 둘씩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어미 원숭이들은 자연스레 새끼 원숭이들에게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도록 가르쳤다.

몇 년이 지나자 이 무인도에 서식하고 있던 75% 가량의 원숭이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게 됐다. 그러던 어느 해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버리자 원숭이들이 이번에는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먹기 시작한다. 원숭이들은 강물에 씻어 먹을 때보다 짭짤한 맛이 더해져 물에 씻어먹을 때 보다 더 맛있게 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먹는 원숭이가 100마리를 넘어서자 무인도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의 산 속 원숭이들은 물론 그곳에서 조금 더 떨어진 다른 무인도에 있던 원숭이들도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먹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학의 이론 중 하나인 ‘100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다.
미래학자 라이얼 왓슨(Lyall Watson)은 이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했다. 왓슨은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비롯해 생태학, 식물학, 심리학 등 10여 개의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다양한 경력의 학자로서 새로운 문화행태를 보이는 개체의 수가 일정량(임계치)에 달하면 그러한 문화행태는 그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빠른 속도로 확산, 전파된다는 것이 그의 이론의 핵심이다. 이러한 백 번째 원숭이 현상을 응용하여 캠브리지의 생물학자인 루퍼트 셀드레이크(Rupert Sheldrake)는 한 사람의 인격이 그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도 현재와 미래의 세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수립하였고 그 것을 ‘형태 공명(morphic resonance)’이라고 하였다.
세상의 가치관이나 구조는 깨달은 10%의 사람에 의해 바뀐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달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먼저 10%가 깨달으면 사회와 세계를 바꿀 수가 있는데 이것은 시공을 초월한 공명현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는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내가 근무하는 치과라는 작은 공간이 변화하고 발전하길 바라고 나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이 변화하고 발전하길 바라며 국가의 건강보험체계가 바뀌고 나아가 이 나라가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밖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들어 비판하고 비난할 뿐 그 손가락을 스스로를 향하게 하지는 않는다. 내가 아무리 올바르고 열심히 살아도 사회로부터 보상받는 것이 없다고 자조하며 무리 속에 섞이는 일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자위한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 진료를 위임하는 일에 대해서 다소 관대해지기도 하며, 남들도 그렇게 하니 소독과 감염예방 과정도 적절히 넘어가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무리 속에 섞여 올바르지 않음에도 평범하다고 자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내가 만들 수 있는 작은 변화조차 만들지 않으며 모두가 그렇게 살며 손가락을 밖으로만 향한다면 이 사회가 발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남들이 모두 그냥 먹는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는 첫 번째 원숭이가 되기는 어렵다고 할 지라도 그 원숭이에게 바보 같다거나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비난하지 말고 보다 발전적으로 살아가려는 그 원숭이를 따라 하려는 정도의 자세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지금 내가 일하는 공간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으로 인해 누군가는 고구마를 씻게 될 것이며 그 것이 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