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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과 치과의사의 만남

월요시론

최근 필자는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에 흠뻑 빠져 그녀의 삶을 그린 영화 비커밍 제인(2007)까지 호핀에서 봤을 정도로 열혈 팬이 되었다. 제인 오스틴의 문학 작품 ‘오만과 편견’과 ‘이성과 감성’은 19세기 영국 남녀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하지만 제목만 보면 매일 다양한 사람을 치료하는 치과의사들이 성찰할 필요가 있는 단어들이다. 특히 오만과 편견에 나온 이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1813년 9월 어느 날 제인 오스틴은 런던에 개원중인 치과의사 Mr. Spence를 만났다. 환자가 아니라 치료 받으러 간 3명의 조카(Lizzy, Marianne, Fanny) 보호자로 치과에 갔다. 이러한 사실은 제인 오스틴이 언니 카산드라에게 보낸 편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제인 오스틴의 설명을 통해 19세기 초 치과 임상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9월 15, 16일 3번의 내원 끝에 Lizzy의 전치부에 발생한 우식이 제거되고 금 충전 치료가 시행되었다. 치료를 받는 동안 Lizzy는 슬픔과 눈물에 잠겨있었는데 Marianne의 고통에 비하면 약과다. Marianne은 어떠한 마취도 없이 구치부 2개가 발치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 또한 발치된 공간에 다른 사람의 치아가 이식될 때 까지 공포의 도가니에도 빠져있어야 했다. 3명중에 가장 건강한 치아를 가진 것으로 생각되었던 Fanny에게도 금 충전 치료가 필요했다. Lizzy와 Fanny은 tooth cleaning 즉 스케일링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제인 오스틴에게 치과의사는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진 것 같다. 이러한 근거는 다음 문장이 뒷받침한다. “I think he must be a Lover of Teeth & Money & Mischief to parade about Fannys. I would not have had him look at mine for a shilling a tooth & double it.”

그 시절에는 치의학이 아직 걸음마를 걷고 있었기에 치료적인 측면에서 볼 때 타인의 치아이식을 제외하곤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다. 아마도 치과의사의 태도(Attitude)가 제인 오스틴으로 하여금 마이너스 백점을 주게 한 주원인이었을 것 같다.

운명의 장난일까? 제인 오스틴과 치과의사의 만남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200여년이 지났어도 현재 진행 중이다. 그녀는 1801년부터 1806년까지 영국 바스(Bath) 두 곳의 집에서 거주하였는데 첫 번째 집은 제인 오스틴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고, 두 번째 집은 치과의원으로 진료중이다. 치과 앞은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라고 한다. 2017년부터는 제인 오스틴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영국 지폐 10파운드 인물 제인 오스틴을 보면서 그때의 치과의사가 떠오른다면 필자의 임무는 성공일 것 같다.

2013년 6월부터 2년 동안 치의신보에 제 생각을 정리하여 원고를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과거를 살펴봄으로써 척박한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재미와 위안을 줄 요량으로 쓴 제 글에 격려과 박수를 보내주신 분들께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은데 마지막 원고를 준비하다보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군요.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처럼 언젠가 기회가 되면 지금도 오래된 책 속에 묻혀있는 齒科醫史學 이야기를 전할 것을 약속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