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聽而不聞 : 들어도 듣는 것이 아니다

월요시론

치과라는 직업의 특성상 우리는 하루에도 어린아이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접합니다. 사람들을 접하면서 언어라는 표현의 수단으로 서로 대화하면서 소통을 해나갑니다.
그래서 자기의 생각과 감정 등을 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같은 말을 가지고도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강의를 듣고도 사람에 따라 다르고,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르게 생각합니다.
물론 비슷하게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아주 똑같게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이유가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의 구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말을 받아들이는 반응들이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면 시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말을 듣고 본인한테서 나타나는 반응이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옳은 것이 있으면 그른 것이 나타나게 되나니, 본인의 생각과 다르면 짜증이나 화나는 감정이 올라오거나 무관심으로 그것을 배척해 버립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래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존재로서의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것은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인식체계 속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다른 색깔을 이해하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내 눈에 파랗게 보이는데 다른 사람이 빨갛게 보인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사실 요즈음 소통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소통이라는 것은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내려놓을 준비가 돼있을 때 대화의 의미가 있으나, 끝까지 자기의 의견을 관철시키거나 합리화 시키는 방향으로 갈 때는 대립과 단절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통을 위해 자기의 의견을 편안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과제물입니다. 왜냐하면 내 눈에 분명히 파랗게 보이는데 어떻게 빨갛다는 사람의 의견을 쉽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옛말에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고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의 위치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지만 다른 위치로 옮겨보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위치로 가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자기의 고집을 내려놓을 때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자아의식을 강화하고 사회적으로 관념적 교육의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자기도 모르게 깊숙이 붙어있는 고정된 관념을 인식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 고정관념을 지렛대로 삼아 시비선악을 가리다 보니 사는 것이 힘들고 억울한 일도 많고 바람잘날이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심하게 나타납니다.

경험이라는 것이 사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자기의 경험에 붙잡혀 버리면 불통의 원인도 될 뿐 아니라 자기 생각에 스스로 갇히게 되어 정신적 구속 상태로 살아갑니다. 육체적인 구속은 금방 알 수 있지만 고정관념에 의한 정신적인 구속은 전혀 눈치 채지도 못하고 평생을 보냅니다.

스스로 성벽을 쌓아놓고 그 안에서 파란 색깔만 보고 있으니 다른 색깔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들을 고정시키지 않고 다양한 경험중의 하나라고 인식하고 거기에 머물지 아니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치과를 방문하는 분들 중에도 나이가 증가하면서 자기주장이나 고집이 더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해도 본인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듣고 다른 설명은 기억을 못합니다. 다음 방문 시에 대화를 해보면 전에 설명한 것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내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소통이 되고 다른 말들이 들립니다. 내 생각과 주장에 사로잡히면 들어도 듣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관 한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