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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중심가치, 치의학의 미래

월요시론

메르스 사태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의사(MD)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위기관리에 성공적이지 못했던 정부의 무능이 부각됨으로써, 향후 보건의료정책 수립에서 국민적 지지라는 유리한 입장을 정부보다 우위에서 선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언론도 역할과 소명부재, 사회 갈등 조정 능력 없는 경쟁적 전달자(김연종, 2015)로서의 이미지를 스스로 노출시킴으로써 의사 집단을 일방적으로 집단 이기주의자로 호도하던 과거의 선정적 전달방식에 대한 국민적 회의를 이끌어 낸 꼴이 되었다.

지난 수 개월 동안의 메르스 사태는 우리 치의학의 현재 문제에 대한 해법과 미래 발전의 역동성을 끌어낼 수 있는 실마리는 구강건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가장 본질적 치의학의 역할과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중심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서구에서 의료인들의 전문직 직업성은 13세기 외과의사들이 길드 형태의 ‘꼴레지아(collegia)’ 라는 공동체를 구성하여 집단적 직업 윤리를 발전시켜 온 일로부터 유래한다. 이들은 의료 집단의 이익과 사회적 책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집단적 윤리를 정착시켰다. 즉 공공의 이익을 지향하는 직업윤리를 지켜냄으로써 보상성의 배타적 특권을 보장받았다. 19세기에 이르러 우리나라에도 서구문화의 전파와 함께, 서양의학이 내포하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 없이 의료 기술 그 자체만 전해졌고, 직무윤리와 자율규제 및 정치윤리 없이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면허제도 만이 전달되었다. 이 때 이미 사회와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잉태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이 지향하는 공공이익과 의료인 집단의 이해가 상충될 때 갈등과 반목은 필연적이며, 권력 창출이라는 목적을 가진 정치는 의료집단의 이익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진다.

우리 치의학은 수복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최근 우리 사회의 심미적 욕구 증가와 더불어 본질적으로 비즈니스 모형으로 편향되기 쉬운 속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우리 치의학 직업인들은 사람들을 돌봐야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직업성과 병의원 운영이라는 경영자로서의 역할 모형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을 가진다.

우리나라와 같은 고도산업사회에서는 건강한 삶이 국민의 기본 인권이므로, 의료제도는 정부의 효율적 자원 분배와 이를 통한 건강증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며, 치의학의 역할과 가치 또한 이 틀 안에서 그려질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일본치과의사회가 공동 주관한 2015 Tokyo World Congress에서 발표된 ‘도쿄선언’의 시작이 “일생을 통한 구강건강은 기본적 인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강건강의 증진과 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대명제가 우리가 그려내야 할 ‘사회중심가치’이며 이 때문에 국가자원이 치의학 의료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성립될 수 있다.

우리가 그려내야 할 ‘사회중심가치’는 구강건강과 전신건강증진 모두를 위한 통합된 건강관리체계이며 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다. 구강상태가 당뇨병,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호흡기질환의 발병과 깊은 상관성을 가진다는 높은 권고등급의 다양한 연구결과는 의료자원의 분배와 투입에 대한 근거중심의료체계에서 강력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인류사망률의 높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전염성질환(NCD; Non-Communicable Disease)에 구강질환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의 예방과 관리에 WHO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글로벌 여건은 우리 치의학 직업인들이 우리사회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그려내야 할 ‘사회중심가치’가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영국 경희대치전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