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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더 짧게, Snack Culture

월요시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아는 것이 능력이고 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하지 않는다. 더 이상 예전의 백과사전이나 참고서는 필요 없다. 대신 빠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보거나 확인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스마트폰 강박증에 빠져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은 남녀노소에게 편하고 즐길 수 있는 주요 문화가 되고 있다. TV 정규 드라마도 방송시간을 맞춰 기다렸다 볼 필요가 없고 원하는 긴 콘텐츠를 다 보는 일도 드물다. 필요한 것만 골라보고 짧게 요약한 핵심 장면만 골라 본다.

‘Snack culture’란 간편하게 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뜻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패션, 음식, 방송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스낵컬쳐는 사회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러한 스낵컬쳐를 만나 한국의 주 문화 트렌드가 되고 있다. 전통문화 기법을 지키기 위한 장인정신은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추어 끊임없이 변화하여 예전의 전통을 찾기 힘든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곤 한다. 스낵컬쳐에 익숙한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여 기업들은 유튜브와 웹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기업 이미지와 알리고자 하는 이슈들을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쉽고 빠르고 즐겁게 지식을 얻길 바라는 젊은이들에게 넓고 얕은 지식들은 정보의 단순명료화와 핵심요약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있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은 인문, 사회, 정치, 역사 등 방대한 지식을 다루지만 전달방식은 쉽고 단순하고 스스로 얕게 설명하여 긴 글을 선호하지 않는 스낵컬쳐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그에 맞도록 최종 정리를 해준다. 지난해 뉴스를 잘게 쪼개고 재조립해서 60개 단어를 제공하는 써카(Circa)서비스가 최고의 뉴스 앱으로 선정되었다. 써카는 자체적으로 뉴스를 생산하는 대신 언론사들이 이미 만든 뉴스를 잘게 쪼개고 재조립해서 다시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헤드라인 위주로 뉴스를 전달해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팩트만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뉴스도 짧으면 더 쉽게 보고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보자마자 반응이 바로 나올 만큼 더 이상 우리는 기승전결은 필요 없고 결론을 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스낵컬쳐는 맛있고 다가가기 쉬우나 그 깊이나 사색 따위는 필요 없어진다.

치과계의 중요사안이나 치과의사라는 직업으로 이어지는 관계도 때론 모든 과정이 무시된 채 결론만 대두되어 섞일 수 없는 평행선이 되곤 한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한 줄만 요구하고 모든 결과물을 시작과 과정 없이 결론을 원하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검색해서 찾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알 수 있는 편리함이 있지만 긴 호흡 속에서 많은 사고의 여백을 담은 긴 글이나 의미를 한 줄로 완벽하게 정의하고 요약하고 그 곳의 깊은 의미들을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엔  문제가 있다.  

‘생각해 보는 것’, ‘생각하는 것’은 긴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일이고 양과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질’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의미와 새로운 경쟁력이 되기를 생각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