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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회

월요시론

혁신이 병원계의 화두로 등장한 때는 십 수년 전이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전 군사독재의 유물인 졸업정원제도로 인한 의사의 과잉공급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치과계도 병원간의 경쟁이 심화되어 병원전문 컨설팅업체도 생겨났고, 유,석,룡으로 대표되는 대형 체인점치과 및 덤핑치과의 임플란트 저수가를 이용한 과잉치료는 많은 국민들과 의사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계속되는 아류치과들 뿐만 아니라 사무장 치과들이 범람하면서 새내기 의사들에게는 경제여건과 더불어 더욱 어려운 개원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총의를 모아 1인 1개소법을 제정하도록 온 힘을 기울인 결과 조금씩 자정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헌데 이 시각에도 1인 1개소법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생겨나고 있으니 우리사회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광복 70주년을 유난히 강조했던 여름이 지나니 이웃 일본에서는 2015년 9월 19일 비상식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에게 36년의 고통의 역사를 주었던 나라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왔다고 외치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안보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일본 군국주의가 부활한 날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위기감이 돌기도 한다고 뉴스는 전한다. 독일은 수 천년 역사에서 히틀러가 집권한 기간이 단 12년이지만, 지금도 잘못된 역사를 지우고 있으니 얼마나 대비되는가?

지난 10여년 간 우리의 과거사인 역사전쟁에서 학문 대 학문의 논쟁적 성격은 거의 사라져 버리고, 정부와 정치인이 선도하면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정쟁적 성격이 강화되어 버렸다. 역사전쟁을 정쟁의 무기로 삼는 권력에 맞서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을 지켜 내야하는 일은 역사학계의 몫이 되어야 하는데 역사학과 교수 및 교사들 대부분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반대하는 역사교과서의 수정을 왜 강행하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느덧 우리도 성공과 실패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해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논하는 사회가 아니라, ‘성공의 조건’에만 관심을 갖는 사회가 지금 세상의 민낯이다. 우리들은 미래의 삶의 불안정성을 어떻게 해서든 헤쳐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몰입하는 스펙 쌓기 열풍은 대학졸업을 연기하면서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일명 ‘취준생’을 점점 늘리고 있다. 하지만 취준생이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소수에게만 취업이 가능하다는 자조적인 글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다.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도서관을 오가며 시간에 쫓기며 사투하고 있다.

최근 남북 긴장 속에서 전역을 연기한 말년 병장들에게 몇몇 대기업이 전원채용을 약속한다고 보도 되었는데, 전역을 연기한 사람들의 애국심도 높이 살 일이지만, 군에서 복학한 예비역들도 취직공부를 하고 있을 텐데 이런 결정을 하는 지도자는 책임감 및 균형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더욱 더 나라가 발전한다는 생각이다. 쉬운 해고도 모자라 사회보험 축소까지 주장하는 재벌들이 있는 한편, 효녀심청의 고장 곡성군에서는 공양미 삼백 석 모으기 운동을 15년째 해오면서 효행설화가 모금의 원동력이 되어서 소외계층 1500여명에게 의료비 지원을 했다는 소식, 5·18 희생자를 모욕했던 일베 회원에게 유죄를 확정했다는 정의로운 소식들에서 우리사회의 희망을 본다.

외국에서도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데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영 선거에서 이유 있는 좌파바람이 분다고 한다. 코빈, 샌더스 좌파돌풍이 그것이다. 코빈은 영국노동당 당수로 선출됐는데 “현재의 체제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변화를 선택한 열망이 유권자들의 지지로 나타났고, 1%의 특권층이 부와 소득의 90%를 차지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뜯어고치는데 역부족인 기존의 정치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영국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표출된 것 같다고 전하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부시이전 미국을 부흥시켰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하고 있는데 “1%에게 있는 권력을 빼앗아 99%에게 돌려 줄 때가 됐다”는 명연설도 미국사회 저변의 변화 열망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샌더스는 ‘열심히 일하는 보통사람의 행복한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선거운동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빈과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신뢰와 초지일관된 태도이다. 즉,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보수화된 나라에서 이 둘 좌파 정치인의 돌풍이 대세가 될지는 불확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활약은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유능하지 못한 진보는 오히려 사회발전의 짐이 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하지만, 정부정책을 합리적으로 반대해도, 진보적 사상을 가졌다고 해서 좌파라고 낙인하고 북한과 생각이 같은 것으로 매도해버리는 현실이 아쉽다. 편견이 아닌 이성에 근거한 정의로운 생각이 대한민국에서 주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정우 한정우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