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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목숨 걸고 1인1개소법을 사수하여야 하는가?

편집인 칼럼

이달 초 미국노동청에서는 질병감염가능성, 오염물질노출빈도, 상해위험도, 앉아서 일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 질병노출위험이 높고 ‘건강에 가장 안 좋은 직업’ 1위에 치과의사를 올려놓았다. 이 기사를 보고 치과의사들과 일반인들은 반신반의 하는 반응을 보인다. 재미있는 기사, 이에 대해 동감 혹은 반대, 치과대학 지원율 낮아지겠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이번 칼럼에서는 ‘치과의사들의 목숨과 1인1개소법’을 주제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1인1개소법을 사수하자! 지키자!

최근 유디 압수수색에 이은 검찰기소,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으로 1인1개소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지원만 해주고 있을 뿐인데 이것이 왜 불법인가?라고 주장하는 유디 측과 ‘유디가 실질적인 개설, 운영의 주체’라는 치협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유디측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해 지난 3일 유디를 기소하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재판을 통해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혐의를 입증하려는 측과 부인하는 측의 치열한 공방이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이든 진실과 정의를 쥐고 있는 측이 승리하는 것이 사필귀정이라는 믿음을 굳게 갖고 있다.

2011년 12월 개정의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12년 8월 시행된 개정의료법에 따라, 2013년 11월 치협은 유디를 의료법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하였고,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검찰은 2015년 5월 유디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검찰기소가 드디어 2015년 11월 3일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법이 개정 된 이후 무려 4년여의 시간이 소요된 긴 여정이었다.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때로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세심하고 신중하게 접근을 하여야 하고, 때로는 광야를 거침없이 내달리는 준마처럼 장애물을 힘차게 뛰어넘으며 여기까지 왔듯이 치과계 최초의 판례가 담긴 판결문을 받아들기 위해서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전략을 가지고서 회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는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목숨 걸고 1인1개소법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분석, 준비중인 치과의사의 평균수명 통계치를 일부 공개하고자 한다.(아직은 표본수가 10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점을 참고.)
사망자 평균 나이가 65.2세인 치과의사!
말문이 막히고 기가 찬다.
※ 추후 짝비교 통계 추출후 재공지 예정.

모든 회원들은 의사 1명이 1개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대다수 회원들은 1개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조차 버겁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1개의 치과의사면허증으로 1개의 치과를 개설, 운영에 만족을 못했던 어떤 의료인은 2003년 대법원판례(자신이 진료행위를 하지 않은 채, 그 경영에만 직접 관여한 것만으로는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으나,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는 이중개설에 해당한다고 판결)를 근거로 수십, 수백개의 면허증을 둔갑시켜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해 온 경우도 있었고, 2~3개의 의료기관을 유사한 방식으로 개설, 운영한 치과의사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2003년 대법원 판례를 피난처 삼아 경영에만 참여하고 진료를 하지 않으면 이중개설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법의 틈새를 악용하여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해 오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라는 큰 장애물을 만나면서 결국은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치과의사는 자신의 치과 평가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한정된 자신의 병원 내에서 덤핑을 하건, 위임진료를 하건, 불법광고를 하면서 하루에 환자를 100명 이상 진료하건 간에 누가 뭐라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불법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법의 심판으로 가려지거나 의료인의 윤리를 기준 삼아 도덕적인 심판이 있을 것이기에 시장논리에 맡겨두는 것이지만, 환자진료의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나 수십, 수백군데 의료기관에서 진료는 하지 않고 경영과 수익에만 몰두하는 의료인이 나타나면서부터는 의료시장이 대단히 혼탁해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 ‘밥그릇싸움’이었고 언론플레이에 덩달아 치과계는 ‘밥그릇싸움’, ‘진흙탕싸움’으로 변질되어 주객이 전도되고 본말이 뒤집어져 국민들에게 내비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로소 지난 11월 3일, 밥그릇싸움에 들어올 자격이 없던 사람들은 밥그릇에서 나가라 얘기한 것이 바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에 대한 유디기소이다.
그 동안 치과계는 같은 밥상에 올라와 있을 자격이 없는 이들과 밥그릇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필자는 의료기관이 2개가 되었건 100개가 되었건 개설자 본인이 모든 진료를 소화하면서 개설, 운영하는 경우라면 얼마든지 의료기관 복수개설을 허락해도 된다는 가상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독자들이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치과진료는 특히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집중도가 매우 높은 진료로 ‘가장 건강에 안좋은 직업’ 1위에 올라갈만한 자격(?)이 있음은 물론이고, 일반인에 비해 평균수명이 많이 짧아지는 것 또한 지극히 동의를 하고 있던터라 치과진료행위에 대해 건강‧수명의 관점을 두어 재평가해야 한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

동료들끼리 이런 대화 한 번씩 나누지 않는가?

언제, 몇세, 손 떨릴 때까지만 진료를 하고 진료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생활하고 싶다고….
누구누구가 암에 걸렸데, 뇌출혈로 쓰러졌데, 심장마비로 떠났다네… 등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나누는 대화들 속에서는 치과진료의 외로움과 고달픔의 흔적들이 많이 묻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의료인인 법률전문가들은 진료를 하지 않고 경영만을 잘하여 수익을 취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란 판례를 만들어 놓으니, 진료보다는 경영을 통한 수익이 목적인 의료기관들이 생겨나오면서 복수개설뿐 아니라 불법의료생협과 사무장병원 등이 난립하고 심지어 법인을 통해 개설, 운영을 하겠다는 꼼수를 담은 법안까지 상정하려는 시도가 있지 않았던가.
의료영리화 추진세력 역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의료인의 건강‧수명을 맞바꿔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허구적인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한 진료를 막자는 취지로 탄생한 2003년 대법원 판례 하나가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이처럼 많은 불신과 부정, 의료의 상품화를 가져왔는 지는 어느 누구보다 치과의사들이 그 동안 경험을 통해 잘 인지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의료인의 건강‧수명을 지키려는 노력을 외부에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로부터 시작이 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마음에 새기면서 오후 진료를 시작하려 한다.
진료실 환경개선 및 건강행위 노력은 개인의 몫이지만, 법으로 강제되어지는 의료인의 건강과 수명의 희생문제는 우리 모두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의료인의 시대적 사명이다.

이것이 우리가 1인1개소법을 목숨 걸고 사수하여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