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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oring’

월요시론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필자의 모교대학동창회에서는 2월 졸업을 앞둔 후배들을 위해, 이른바 ‘신입동창회원환영식’ (이 행사를 DCO<Dental Community Orientation>이라 이름지어 진행해왔다)을 준비한다. 모교의 동창회원은 8000여명에 이르는데, DCO라는 신입회원환영식을 치르고 입회한 후배들은 지난 몇 년간 기껏해야 400여명 정도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해주는 신입생오리엔테이션도 아니고, 어엿한 치과의사들에게 기성세대의 무슨 잔소리가 새삼 필요한 것일까하며, 혹자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겠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대학교육종료와 현장실무개시의 연결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은 치의학외의 다른 전공분야에서도 부쩍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서울대학교의 정치외교학과에서는 GLP(Global Leaders Program)으로 졸업생들이 재학생들을 가이드하고 양성함에 학부과정중의 졸업생참여, 토크콘서트 등을 수시로 가지며 자연스러운 선후배간의 멘토링이 이루어지는 네트워킹을 구현하기 시작했고, 동대학의 공대출신의 여성동문들이 여성재학생들과의 모임을 도모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숙원을 2015년에 ‘WIINS(Women In eNgineering Networks SNU)’라는 이름으로 이루어냈다. |
이러한 움직임들은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미국 하버드대학이 ‘Job Shadowing Program’으로 재학생이 졸업생들의 업무현장을 방문하여 견학은 물론 실무프로젝트에 최장 2주까지 참여하며 선후배간의 네트워킹을 도모하는 예나, MIT에서는 아예 교과과정중에 ‘Freshmen Alumni Summer Internship Program’이라는 교과목을 넣어 신입생시기부터 특정산업분야의 현장에서 졸업생멘토와의 연계를 시작하는 경우도 비슷한 예이다.

영국의 대표적 명문인 Oxford대학 역시 재학생-동문의 연계에 큰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전공분야에서의 세미나, 워크숍, 동문포럼의 형태로 동문선후배간의 멘토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96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쇼핑몰사업을 시작한 (주)인터파크의 이기형 대표가 본인의 출신대학과 재학생들과의 만남 중에서 언급한 내용중의 일부이다.

“…여러분 나이, 그때는 너무나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기에 너무 힘들어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만일 살면서 얻는 지혜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기 후배님들 앞에 섰습니다…” 우연한 영웅적 성취(heroic achievement)로 도배되어 여러 미디어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소위 사이비(似而非)‘멘토링’들의 허구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멘토링의 본질과 핵심을 담은 한마디로 기억된다. 자신의 영웅담이나 결과보다 고뇌와 상처들에 초점이 맞춰진 고백이 그것이었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몇 해째 새내기 치과의사 후배들에게 감히 멘토링을 한다고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오며 그들과의 대화에서 분명히 느낀 바는, 그들이 치과의사로 첫발을 내디디며 느끼는 문제들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문제를 그릇되게 풀어내면, 그 오답들은 길게는 그들의 불행이고, 우리 모두의 더 큰 문제가 될 성질의 것들이 상당부분임은 이미 치과계가 일부 경험한 것들이다. 기억할 것은 지금 그들이 처한 문제는 그들 스스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멘토링은 다른 분야에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더 심각한 이슈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서울 중구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