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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

월요시론

해가 바뀌어 첫 글을 쓰는 마음이 여전히 무겁다.

한국국적을 포기한 자녀가 학자금 대출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은 것이 인사청문회에서 비난이 일자, 의도적으로 딸에게 국적을 포기시키지 않았다 하면서도 8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딸의 국적을 회복시키겠다는 코미디 같은 답변을 하고 있는 사람이 사회부총리 후보자이다. 사람은 지나온 삶으로 스스로를 말하니 지켜 볼 일이다.

“평화의 위안부소녀상 이전이 10억엔 출연의 전제조건”이라고 하는데 이 돈은 이대호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받는 2년 치 연봉이라고 한다. 소녀상은 15,16세에 인권유린을 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징일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자존심과 세계의 양심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 명예와 진실규명, 사과와 법적책임은 간 곳 없고, 한 선수의 연봉으로 환산할 수 있는 정도의 돈으로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슬픈 역사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최종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측 언론에 따르면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침묵서약 등 해괴한 단어들만 떠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애간장이 더욱 더 끓고 있다.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폭로하신 후 현재까지 생존하신 분들은 46명이라고 한다. 가해자인 일본정부와 언론은 지속적으로 가해사실을 부인하거나 자발적인 성매매라며 피해를 부정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망언을 쏟아냈다. 그런데 우리정부가 “10억엔의 치유사업 지원기금 지급. 외교장관이 대신 읽은 총리의 사과”를 받은 대가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합의를 해주었고 일본총리와 우리 대통령은 전화통화까지 했다고 한다. 통화내용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도 있지만 외치는 자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독일이 폴란드 남부에 있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은 떠나보내는 망각의 미학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아픈 기억을 지우지 않음으로써 과거에 대해 사죄하고 미래에는 그런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86명 중동 호흡기 환자 발병 중 38명 사망, 국내의 메르스 환자 사망률 20.4%”

감사원이 지난주에 발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를 통해서 16명의 징계를 내렸는데 최고 책임자인 문형표 전 장관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이 피 땀 흘려 일하면서 노후를 위해 모아놓은 500조원의 연금기금을 책임지고 관리해야할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이사장으로 임명하여 재직 중이다. 참 어안이 벙벙한 일이다.

기막힌 사연을 간직하고 작년에 영면한 마지막 메르스 환자는 필자의 치과대학 후배로서 무려 6개월 동안이나 메르스 바이러스가 양성이 나와 중간에 메르스 음성이 나왔던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여섯 달 내내 가족들과 격리된 채로 혼자서 림프종과 메르스,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30대 중반의 나이로 어린 자녀와 아내를 둔 채,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 후 의사로서의 꿈은 피워보지도 못하고 숨졌다. 가족들이 국내 메르스 종식선언을 위해 부처간에 책임을 미루며 치료를 등한시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던 메르스 사태의 최종책임자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이사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목줄을 잡고 있는 상급기관이며 사실상 국민연금공단의 중요 결정사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난 문형표 전 장관이 이번에는 전임 장관의 예우를 받으며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를 꿰차고 앉아 ‘에스컬레이터’ 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렇듯 아팠던 기억들이 지금도 진행형이다.

2016년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고, 협회 대의원 총회에서는 직선제 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누구의 생각이 미래를 바꿀 것인가?

정치는 자원의 분배를 결정하는 책임이고 선거는 그 대리인을 뽑는 과정이다. 우리는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대표자가 아니라 ‘되고 싶은 사람’ 즉, 자신이 되고자 욕망하는 인물에게 표를 준다. 이는 유권자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혁신은 옛 영광을 뒤로하고 새 목표를 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목표는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 즉, 정치소비자들의 욕구를 찾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건강한 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강한여당과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힘 있는 야당이 공존하며, 독재를 막고 상호견제하는 생태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혁신전당대회를 하느냐 마느냐로 야당이 분열하고 있다. 분열을 즐기는 사람도 있겠으나 많은 국민들이 오히려 힘없이 분산된 야당을 걱정하는 현실이 슬프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정우 /한정우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