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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이세돌 그리고 4·13

시론

7만5000여명이 제작비 절반가량을 모아 촬영했던 “귀향”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관객의 수가 60만명을 넘어서면서 300만명 이상이 관람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사는 그 중 한명으로 후원하여 시사회 표도 받았고, 마침 진료실 스탭들과 함께 예매를 하고 있어서 문화생활비로 전 직원이 관람을 하도록 했다.

전 환경부 장관으로서 이 영화에 출연한 원로여배우 손 숙씨는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땐 이 영화가 개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작은 기적이 계속 모여서 큰 기적이 이루어졌다고 하면서 “시나리오를 보고 울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그 사연과 심정이 너무 절절하고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죄스러움 등이 이 시대를 사는 모든 국민들이라면 마음에 갖고 있지 않나요” 하면서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위안부 할머님들을 찾아뵙지 않았고, 영화가 잘돼서 러닝 개런티를 받으면 그 돈을 들고 갈 예정이라고 인터뷰 한 기사를 보았을 때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평생을 연기해 온 노 여배우도 감정조절 때문에 큰 대작을 앞두고 주인공이 되는 위안부 할머님을 뵙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정의에 따르면 “감정”을 심리학에서는 마음의 유쾌한 상태, 또는 불쾌한 상태와 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치과의사인 우리도 감정을 조절하는 시험에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령화가 되면서 틀니 환자분들이 병원을 찾는 횟수가 많은데 사전에 틀니 주의사항을 여러 번 말씀해 드리고 잘 맞을 때까지, 또 군살이 박힐 때까지는 참고 견디어야 나중에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씀해드려도 아침부터 찾아오는 틀니 환자분들에게는 감정이 앞서곤 한다. 하지만 나 한사람의 기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환자분의 어디가 아프다는 말씀인 것이다. 감정을 누르고 불편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우리 치과의사들의 사명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세기의 대결을 펼치면서 요즘 들어 인간과 기계를 많이 비교하는데, 모든 인류의 관심사가 인간이 만든 기계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비교를 당한다. 어려서는 친구와 성격을 비교당하고, 좀 더 크면 학벌을 비교당하고, 살림을 차리면 주거의 평수를 비교당하고, 자식이라도 자라면 심지어 아이의 성적을 비교 당한다. 남과 비교되는 생활에 지친다. 그러다보니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는 행복 지침서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세돌 9단과 알파고를 비교하는 글이 인터넷 상에 가득하다. 좋든 싫든 인간은 이미 기계와의 경쟁에 나선 것이다. 경쟁이랑 상대를 닮아가는 것이다. 나와 동등하지 않은 존재와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이 낯설고 당혹스러운 게임을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알파고가 보여준 과학의 업적은 칭송할 만  하지만,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동거는 상대방을 잘 모르면서 시작하는 위험한 연애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보를 입력하면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기자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및 거리를 청소하는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지금도 국내 대학병원의 로봇 수술센터에서는 수술 집도의사가 메스 대신 로봇팔을 움직이는 “콘솔(원격조정기)”장치에 앉아서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하고 있다. 근종의 크기가 커 까다로운 편이었지만 사람보다 정밀한 움직임을 보이는 로봇의 힘을 빌려 성공적으로 수술이 이루어 진다고 한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힘들어 하는 상악우측 제 2대구치를 신경치료하는 로봇도 개발하기를 기대해보지만, 인간이 이용하려고 만든 기계를 인간과 비교하는 순간, 인간은 기계처럼 기능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이세돌 9단이 3연패 끝에 결국 인류가 기계를 이겼다는 기쁨을 맛보게 했다는 뉴스로 인공지능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반응으로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이 모두가 현재의 상황이다. 인터넷에 도는 한 구절이 떠오른다. “기계는 답을 모르면 오류가 나고 사람은 답을 모르면 해결책을 찾는다” 사람과 기계는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필자는 이전 글에서 정치는 돈과 자원의 분배를 결정하는데 책임이 있고, 선거는 그 대리인을 뽑는 과정이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현 정부가 출범 시 공약한 대로 국가운영을 잘 해서 모두가 행복하게 해주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1200조원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난데없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역사학자 90%를 좌파로 몰고 10억엔을 받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종결하기로 일본정부와 합의하고, 공영방송의 보도기능이 폐허가 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야당이 튼튼해서 비판과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대우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올 봄 다시 맞이하게 될 수많은 기념일들 사이에 4·13 총선이 우뚝 서 있다. 모두가 변화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내면에 숨어있는,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로 표현되는 현실 안주적인 생각을 도려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도 이런 국민의 다짐에 부응해서 자신의 대권만을 생각하지 말고 국가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는 결정을 한다면 4·13일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축제의 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정우 한정우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