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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미래 "그래도 치과"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1)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윤리의식 부족하다? 과거 잣대로만 재단 힘들어요


본지가 창간 반세기를 맞아 대한민국 치과계의 ‘미래’를 만나는 장도에 나섰다. 지금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은 여러 선배 개원의들의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50년의 비전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다.이번 창간 50주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예비 치과의사들의 고민과 갈등, 희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치과의사 세대 간 간극을 좁히고 상생의 접점을 고민하기 위한 ‘디딤돌’을 제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4명이 한날한시에 머리를 맞대고 모여 앉았다. 대한민국 대전에서 미국 위스콘신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찬란한 20대의 봄날을 보냈던 이들의 현재 직함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4학년’.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만난 이들과 예비 치과의사로서의 고민과 갈등을 주제로 한 ‘즉문즉답’ 시간을 가졌다. 치과계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이들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을 들어보자.

이선행 : 미국에서 생물학 전공한 29살 군 미필자. 좌담회 성공을 위해 총대를 멨다(이하 이)
현진호 : 치대를 꿈꿨으나 수능 체제에서 좌절ㅠㅠ 그런데 치전원이란 길이 열렸다(이하 현)
이찬주 : 나만의 파티와 무한한 가능성, 안 아픈 치과를 고민하다 어느덧 4학년(이하 주)
송창목 : 내가 경영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매력적, 하지만 우선 졸업부터 걱정 중(이하 송)

Q 그래봤자 치과 VS 그래도 치과?

이: 치과의사가 과거 향유할 수 있었던 경제적인 여유는 먼 이야기가 됐지만 그것은 시대적인 요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의식을 갖고 시대에 맡겨야 할 부분은 맡기고 지켜야할 부분은 잘 지켜나간다면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의료인으로, ‘그래도 치과’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현: 사실 지금 국민들이 치과의사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들이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볼 때 그 이유가 치과진료 수준에 비해 진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식의 논리인데, 그런 편견들을 치협을 비롯한 치과계 커뮤니티에서 깨는 역할들을 해 나간다면 좀 더 희망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주: ‘그래도 치과’인 이유는 사람들에게 ‘치아’가 있는 한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직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과로 백만장자나 억만장자는 보장 받지 못하겠지만 보람과 성취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직업이다.



송: 내과와 같이 3분 진료가 가능한 과의 경우 예전에는 그것이 장점이었지만, 앞으로는 극심한 쏠림 현상을 겪으면서 개원 전망이 밝지 않을 것 같다. 반면 치과처럼 일정한 시간을 들여서 실제로 외과적 치료를 하는 과는 앞으로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Q 세대 간 갈등, 편견에 대한 솔직한 생각?

이: 학부로 들어온 구성원과 비교할 경우 교수님들이 느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이미 세상을 좀 더 보고 들어왔고, 본인이 생각하는 구도가 확실히 정형화된 상태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 의식이랄까 소명의식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은 저 스스로도 한다.

송: 젊은 치과의사들이 예의가 없다거나 치전원 학생들에 대한 편견들의 경우 예전과 다르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해결될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각자 자기 자리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사명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서로 간의 편견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주: 저도 4학년이 되니까 3학년 후배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긴 하다(웃음). 이해는 하지만, 들었을 때 속상하다. 다들 연구한다고 해놓고, 연구 안 한다. 돈만 밝힌다. 개원만 하려고 한다. 머리 커서 말 안 듣는다 등등. 저희가 그런 제도를 만든 것도 아니고 있는 제도에 따라 입학한 것 뿐 아닌가. 그리고 치전원이 되고 난 뒤 지난 10년 간 오히려 국시 불합격이 크게 줄었고, SCI 논문이 더 많이 생산되는 등 장점도 많다.

현: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과거와 지금을 똑같이 봐선 안 된다. 기업형 사무장치과가 창궐하는 것은 현재 치과의사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과거보다 지금이 더 포화된 상태이고 그에 따른 과당 경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만약 치과가 이렇게 포화됐다면, 이런 과당 경쟁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았을까.

송: 윤리의식이 부족한 치과의사가 있다면 우리 스스로 자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진료 철학의 차이가 있겠지만 명백하게 잘못된 진료가 있다면 다른 치과의사들이 이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환자의 편, 윤리의 편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 윤리에 대해 배우기는 하지만 그걸 실행할 때 동기 부여가 돼야 하는데, 윤리적으로 살면 손해 보는 경우를 많이 보니까 그 지점에서 현실적 괴리가 온다. 이런 점에서 여자동문회와 함께 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된다. 강의실에서 듣는 것보다 선배들의 한 마디가 훨씬 더 와 닿는다. 개인적 소통을 통해 그 선배의 삶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타 대학 선배들과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협회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것도 기대한다.

Q 경쟁에 대한 압박은?

이: 교육제도는 사실 대학별로 상이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양적인 경쟁보다는 질적인 경쟁에 대한 평가가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다. 환자 케이스를 몇 개 하느냐, 몇 시간 동안 봤느냐에 대한 경쟁이지, 내가 얼마나 더 관심 있게 보고 잘 하고 있느냐의 경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질적인 평가를 늘리는 것이 여러 가지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다. 

주: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아무리 충분히 했어도 그 상대방보다 난 더 잘 해야 한다. 얼마 전에 모 의과대학이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봤다. 외국의 경우도 콜럼비아 치대는 패스/페일 시스템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예를 들어 석션을 더 잡고 있고 이런 식으로 실제로 더 배우는 건 없는데, 스트레스만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다 같이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춘 인력을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송: 절대평가를 한다는 건 질적 평가를 한다기보다는 양적 평가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은 측정할수록 미궁에 빠진다는 법칙도 있다. 모두를 정량화해서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만능적인 생각 앞에서 겸허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준비된 치과의사의 삶을 위해 무엇을?

주: ‘나만의 파티’가 필요하다. 일단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학문적으로도 긴 시간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체력적 소모도 큰 직업이기 때문에 일에만 매진하려고 하면 자칫 수명이 짧아질 것 같다(웃음). 스트레스를 이완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꼭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창한 방식이 아니라 일하면서 피곤해진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아주 소소하지만 다양한 나만의 파티 방법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할 것 같다.

현: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케이스를 할 때 똑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스케일링할 때 큐렛 잡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목이 아프고 목이 아프다. 이런 것들이 계속 쌓이고 관리를 잘못하면 온 몸에 디스크가 올 수 있을 것 같아 매번 주의하고 있다.

이: 바람직한 ergonomics를 위한 훈련, 인문학적인 성찰을 통한 개인만의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한 탐색, 사회-경제적인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을 위한 꾸준한 관심 등을 꼽고 싶다. 특히 외래교수님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한다. 너 치과 몇 년 하고 싶냐. 자세가 나쁘면 안 된다. 루빼 끼고 하는 연습, 미러보는 연습 계속 해라 등등.

송: 준비의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로 봤다. 수익성이 있어서 시행하는 진료영역과 진짜 환자들이 원하는 치료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가의 문제, 관심 영역 문제, 능력 문제 등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차례가 돌아올 것이고, 이를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이 기회를 잡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Q 그래서 희망은 어디에?

송: 치과의사는 충분히 희망도 있고 보람도 큰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인으로서, 또 직업인으로서 환자와 사회 앞에서 치과의사는 결국 자신의 행동이 궁극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현: 우리는 전문직으로서 우리들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 한사람이라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혹은 주변에 치과의사가 없어서 치과치료를 못 받고 있다면 이는 모든 치과의사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주: 옆 치과의사를 같이 치의학을 이끌어 나아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동료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 직업이 인생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면, 요즘 화두가 되는 여러 문제에서 조금이나마 편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희망? 물론 있다. 결국엔 행복한 치과의사가 행복한 환자를 만들 수 있고, 행복한 환자를 만드는 내가 행복한 치과의사니까.
정리 = 윤선영·정연태 기자 / 사진 = 조영갑 기자


돌발 질문=================================================

내가 꿈꾸는 나의 치과는?

 솔직하고 편해져서 '간 보지 않는 치과’

현:  환자들이 부담감을 안 느낄 수 있는, 낮은 위치에서 같이 눈을 맞춰서 대화할 수 있는 치과. 똑같은 설명을 한다고 해도  이해를 잘 할 수 있고, 환자들이 생각했을 때 편한 치과. 가면 친절하고 기분이 좋은 그런 치과를 만들고 싶다.
이:   항상 대기실에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동료들, 다른 치과의사들이 봤을 때 저 치과는 있어서 다행이라는 느낌이 드는 치과였으면 좋겠다.
송:   환자도 편하게 얘기하고 저도 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 진료 실력도 좋아야 하고, 돈이 없는 환자를 위한 재정계획 고려 등 여러 가지를 갖춰야 한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해서 편해지는 치과, ‘간 보지 않는 치과’를 꿈꾼다. 
주:  우선 치료적인 측면에서 안 아픈 치과를 꿈꾼다. 또 사람들이 기분 좋게 나가고, 그 기분을 또 느끼고 싶어서 자꾸 오고 싶은 치과를 만들고 싶다. 동네사람들이나 치과계 선배들이 제 치과를 생각했을 때 사회적 롤 모델, 도덕적으로 견고하고 믿음직한, 단단한 이미지가 있으면 좋겠다.


Interview_ 이재일 서울대치의학대학원장===================================

“후배들에게 같은 생각 강요 옳지 않아”

"선배를 자주 괴롭혀라 노하우+⍺가 떨어진다"

“기성세대 치과의사들이 젊은 치과의사들을 전문대학원 출신이기 때문에 ‘어떠하다’고 규정하는 건 편견이다. 후배들에게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

이재일 서울대치의학대학원장을 지난 11일 본교 원장실에서 만났다. 이 원장의 교육 철학과 목표, 미래를 선도하는 치과의사를 키워내기 위한 서울대치의학대학원의 노력에 관해 들었다. 

이 원장이 말하는 서울대치의학대학원의 교육목표는 ‘좋은 치과의사 양성’이다. 좋은 치과의사란 ‘정확한 진료’를 하고 ‘직업윤리’를 갖춘 사람을 가리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윤리라는 건 기본적으로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태도다. 특히 근거 기반의 진료를 하는 것이 윤리적인 치과의사가 되는 출발”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그는 학생들이 좋은 치과의사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직업윤리교육에 힘쓰고 있다. 이 원장은 “교육 과정의 1/3은 남을 생각하고,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는 시간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윤리라는 건 공자님 말씀처럼 외워서 되는 게 아니라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윤리적인 딜레마 상황을 던져주고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늘려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이 원장은 재학생들이 졸업한 선배들과 만날 기회를 확대하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선배들에게 개원에 대한 노하우를 듣는 것을 넘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해 볼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함이다.

그는 “앞으로 더 강화하고 싶은 부분은 동창회가 중심이 돼서 진행하고 있는 DCO 행사다. 이런 자리를 통해 단순히 개원과 관련한 기술을 배운다기보다는 선배들의 고민과 치과계 현실에 관해 들음으로써 내가 뭘 해야 할지를 스스로 찾아내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같은 선후배 간 만남의 자리는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선후배가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며 “선배 치과의사들이 후배 치과의사들에 대해 전문대학원생이기 때문에 ‘어떠하다’고 정형화한다. 그런데 그건 핑계다. 만약 전문대학원이 안 생겼다면 그 얘기가 안 나왔겠나. 후배들에게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무언가를 마무리 짓기보다 일을 벌여놓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교육과정 모델을 만들고 싶다. 임기 내 마무리 짓지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놓고 떠나고 싶다.”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연태 기자 destiny3206@dailyden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