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우리들의 미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3)연세치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어렵다” 위기론  잘 알지만 선배들이 함께 이끌어줬으면

‘재밌는 치과’ ‘행복한 치과’  그래도 핑크빛 미래 꿈꿔요

본지가 창간 반세기를 맞아 대한민국 치과계의 ‘미래’를 만나는 장도에 나섰다. 지금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은 여러 선배 개원의들의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50년의 비전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다.이번 창간 50주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예비 치과의사들의 고민과 갈등, 희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치과의사 세대 간 간극을 좁히고 상생의 접점을 고민하기 위한 ‘디딤돌’을 제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내가 치과의사가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나는 그 이유에 어울리는 행복을 소환하고 있는 것일까. 20대의 마지막과 중간을 치과대학 4학년의 이름으로 보내고 있는 4명의 예비 치과의사들이 한날한시에 모여 앉았다. 고된 하루 일과 중 잠깐의 틈을 허락받아 이들과 현재의 고민, 갈등을 주제로 한 ‘즉문즉답’ 시간을 가졌다. 치과계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앞으로 50년 치과의사로 살아갈 이들의 소박한 다짐, 그리고 결코 화려하지 않은 자신과의 약속에 귀 기울여보자.

송건호 : 전직 화공생명공학도. 군대 다녀오고 고민하다 일석이조 내 선택은 치전원(이하 송)
한우진 : WHO도 꿈꾸고 공직도 꿈꾸고 그러는 와중에 어느덧 갈등 많은 4학년(이하 한)
강주영 : 고교 졸업 후 전문직 찾아 치대 왔지만 넓은 세상, 작가 꿈도 포기 안 해(이하 강)
홍인표 : 노벨상 노리다 의대, 치대 문 두드렸는데, 내 몸에는 그래도 파란 피(이하 홍)

Q 선배들의 ‘위기론’을 논하다

한: 치대 좋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선배들 치과 가서 들어보면 많이 어렵다, 예전 같지 않다고 말씀들 한다. 요즘 서울에서는 개원도 못한다. 개원해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겠느냐, 웬만하면 수련 남아라, 수련 못하면 돈도 못 번다 등등.(일동 웃음) 사회가 어려운 건 알겠는데,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직업보다는 안정적이고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우리만 유난할 건 없다고 본다. 

 홍: 선배들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교조적이라고 할까, 어려운데 치대 왜 왔니? 큰 일 났다. 이런 식으로 위기론을 설파한다. 우리 세대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강: 윗세대들의 책임을 젊은 세대들이 전가 받았다는 느낌이다. 윗세대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 세대에서 곪아 썩은 것이다. 책임은 지지 않고 결과만 들이미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진짜 그렇게 힘든 가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지금은 살짝 원망하는 마음도 든다. 결국은 젊은 세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송: 치과계가 아닌 외부 친구들에게는 치과의사 역시 상황이 안 좋다는 식의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 예전과 같은 호황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치과의사라는 생각이 분명 있다. 선배들이 어렵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사회가 조금 더 어려워지는구나 하는 정도랄까. 그런데 사실 선배님들이 같이 이끌어준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저희들 생각을 한다기보다는 사회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너희 안 됐다, 이런 식의 접근이다.

Q 젊은 세대 향한 편견, 항변은?

홍:  사실 술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치과 특성 자체가 어쨌든 많이 해보고, 경험이 쌓이면 더 잘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런데 선배들이나 교수님들도 다 학생 때가 있었던 것처럼 항상 반복되는 사회 문제의 일부라고 본다.

 송: 환자 케이스가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일단 원내생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급격하게 줄었다. 대학병원은 아무래도 양질의 고급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아, 굳이 학생 진료를 찾지 않는다. 일단 환자 수급이 가장 큰 문제다.

 한: 선배들은 당신들이 살았던 시대상만 보면서 저희들에게 이를 반영하려고 한다. 지금은 서울에 개원자리도 없다고 할 정도로 포화 상태인데, 당연히 먹고 살려면 마케팅이나 치료를 좀 더 차별화해야 된다. 어려워진 건 어떻게 보면 시대 흐름 때문인데 그 원인을 저희에게 돌린다는 느낌도 든다.

 강: 과거에는 치의학 자체만 잘 해도 그것으로 충분한 여유를 누리고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치과계도 서비스직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물론 술식 자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매니지먼트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잘 형성하고 이를 잘 유지하는 것도 치과의사의 능력이다. 선배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공격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Q 지금 이 순간 나의 고민은?

 송: 특히 졸업을 위해 틀니 등 미니멈 케이스를 소화해야 하는데 케이스를 찾기가 쉽지 않아 고민스럽다. 지금 학교에 남아 수련을 할 경우 학비도 내야하고, 이런 저런 비용을 생각하면 부모님에게 송구스럽다. 반대로 봉직의 생활을 한다 해도 페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들려 걱정된다. 

 한: 우리 학교만의 장점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인데, 학생들에게 너무 바라는 것이 많다.(웃음)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진료가 늘어나 좋기는 한데, 그 만큼 챙겨야 하는 게 많다. 개인적으로는 10년 간 학생으로 살다보니,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다. 또 다들 개원이 어렵다고 하니,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강: 성격 자체가 위험에 뛰어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리스크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무서운 부분이 있다. 수련을 해서 봉직의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맞지 않을까.  

 홍: 치과의사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내가 일한만큼 벌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원을 하면 망하든 잘 되든 내가 주체가 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특히 수련을 받아서 정말 이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정도가 돼 병원을 이끌고 싶다.

Q 준비된 치과의사를 위해 꼭 필요한 것?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편협한 학문 뿐 아니라 다방면의 유연한 사고를 지닐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옛날과 다르게 치료만 하고 보내는 게 아니라 환자와 소통하고 사람과 소통하면 결국 사회와도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강: 예전부터 치과의사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치과의사면서 작가로 에세이를 내 치과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통에도 기여하고 싶다. 시야를 넓혀 치과의사와는 또 다른 내 모습을 가지기 위해 글쓰기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책도 빌려 보고 그런 노력을 했었다.

 홍: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찾는 게 중요할 듯하다. 치과의사의 장점 중 하나가 업무 시간과 자기 시간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는 천상 치과진료에서 행복을 찾기는 힘든 스타일인 것 같다(웃음). 따라서 치과진료에 받은 노곤함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송: 치과의사로서의 실력을 일단 갖춰야 한다는 게 우선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더라도 의사로서의 소양을 갖춰야 소통할 수 있다. 나중에 궁극적으로 개원을 한다면 스포츠 쪽과 연관시켜 봉사를 하고 싶다. 

Q 나만의 치과를 꿈꾼다면?

 송: 치과는 기다린다는 이미지가 강한만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생각 안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북 카페나 네일아트 등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과 함께 하고 싶다. 치과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눈을 사회로 더 넓게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홍: 진료는 당연히 잘 해야 되는 것이고, 환자가 올 때 즐거운 치과, 직원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저도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치과를 만들고 싶다. 진료실 분위기가 다 다른 것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분위기의 문제다. 환자가 궁금하면 가볍게 올 수 있고 저도 홀가분하게 말할 수 있는, 재밌는 치과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 망할까요?(웃음)

 강: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는 치과를 만들고 싶다. 치대에서 팍팍하게 살고 있어서 그런지, 환자에게 ‘진료 끝났어요, 가세요’ 이런 게 아니라, 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안부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치과가 됐으면 좋겠다. 

 한: 치대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고, 그들이 쉽게 배우며 공부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싶다. 예를 들어 책을 낼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제가 배웠던 것 보다는 좀 더 다음 세대에 기여하고 싶다.

정리 = 윤선영, 조영갑 기자, 사진 = 조영갑 기자


돌발 질문============================================

치과의사는 OOO이다?


‘리더’ ‘울타리’
‘조타수’ ‘카멜레온’

송:  치과의사는 ‘리더’다. 리더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현실, 안타깝다.

한: 치과의사는 ‘울타리’다. 선배로서 후배들을 아우를 수 있고, 지역 사회에서도 헌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울타리’를 닮았다.

홍:  치과의사는 ‘조타수’다. 지역사회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

강:  치과의사는 ‘카멜레온’이다. 개원을 할지 말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존재라 믿기에.

Interview_ 이근우 연세치대 학장===========================

“술기만 잘하는 ‘달인’보다 영혼 있는 ‘장인’이 돼라”

미니멈 케이스 못하면 졸업 못해

틀니 임상 등 역량 평가 다변화

“우리에게 펼쳐진 길은 대신해서 누가 개척해주지 않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가운데 길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이지,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길이 없습니다.”

이근우 연세치대 학장이 그의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인 후학들에게 건네고 싶어 하는 조언은 결국 이렇게 압축된다.

그는 “결국 속도 보다는 방향성에 대한 문제다. 요즘 개원 환경이 어렵다고 하지만, 학생들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감하게 목표와 방향을 정하되 안주하지 말고 걸어 나가면 더 큰 것들을 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학장은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의 몸을 믿고 의탁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바로 장인의 길을 가는 치과의사”라며 “술기만 잘하는 치과의사는 달인이지만, 그 속에 ‘스피릿’이 들어가 있는 사람은 환자들이 찾는 치과의사가 된다”고 역설했다.

젊은 치과의사들의 임상이나 윤리적 태도에 대해 가지는 기성세대의 편견에 대해 이 학장은 “우리 학교는 미니멈 케이스를 하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다. 현재 ADA(미국치과협회)의 면허시험자격 인증제도인 ‘Coda’에 발맞춰 틀니 케이스를 임상에 넣는 등 변화를 줬으며, 특히 역량 평가를 통해 케이스 숫자보다는 정확하고 안전하게 시술하느냐에 대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학장은 “훌륭한 임상가로 키우는 것이 목적 중 하나인 만큼 3학년 1학기부터 진료를 시작하도록 커리큘럼을 바꿔 2년 동안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교육부학장을 신설해 시대에 맞는 커리큘럼을 연구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운영되는 커리큘럼 중에도 학생들이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도록 돕는 장치들이 적지 않다. 우선 학생들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치과의사 선배들을 초청해 특강을 진행, 자신의 앞날에 대한 결정과 이해를 돕는다. 또 자기주도과목이나 outreach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만나고 보다 폭 넒은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본과에 들어와서 경험하는 ‘선택 과정’이나 최근 학교 측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Coda’ 인증과 맞물린 글로벌 덴티스트의 양성은 결국 임상 중심 교육에 방점을 찍는 일련의 과정으로, 학교의 자체 위상 뿐 아니라 대한민국 치의학의 위상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이 학장의 설명이다.

‘준비된 치과의사’ 중 한 사람인 그는 졸업을 앞둔 그의 제자들에게 성공한 치과의사로서 살기 위한 세 가지 덕목을 언급했다. 첫 째, 육체 단련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을 위한 운동, 둘 째, 지적인 면, 학문적인 차원에서의 준비, 셋 째, 영혼에 대한 투자가 그것이다. 

이 학장은 “치과의사는 분명히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 위치인데 리더십을 포기한 사람처럼 사는 사람도 많다. 나 혼자만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 되는, 그런 위치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그에 대한 노력과 투자를 해야만 사회에서 잘 쓰임을 받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